매일신문

[매일춘추] 절망하는 젊음 미술가들

유럽의 경우 젊은 미술가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어느 정도 자질만 있으면 작품을 사주는 곳도 있고 전시 공간도 확보할 수 있어 젊은 작가들이 배가 고픈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 활동은 계속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들이 적잖게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그냥 내던져지는 형국이다. 즉 많은 미술대학 졸업생들은 생활의 근거도 없이 작업 공간조차 없는 가운데 막노동으로 작업과 생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도록 내몰리거나, 전망이 불투명하다 하여 작가의 길을 가려는 학생 또한 많지 않다 하니 우리의 미래 미술 경쟁력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 젊은 작가들을 어찌할 것인가? 먼저 보다 많은 작업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한국에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생긴 지 10여년이 되었으며 가까이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2008),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07)가 있으며, 인천문화재단의 인천아트플랫폼(2009)은 국제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입주 작가들의 국내외 소개와 교류를 지원하고 교환입주를 추진한다.

차제에 우리 대구에서도 하루속히 미술창작스튜디오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연초제조창의 재활용 사업도 계획대로 지체없이 진행되어야 하지만, 아울러 기존 레지던스 공간들은 대구시나 문화재단이 관리를 맡아 실질적인 운영이 되도록 전임 매니저를 두는 등 인적 지원과 냉난방, 주거가능시설의 보완과 확충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와 미술 애호가들이 공간을 마련하여 운영을 전문가에 위탁 관리하는 방법도 대구의 미술 애호가와 기업들의 대구사랑과 미술사랑에 힘입어 가능하리라 본다.

문화관광부와 지자체에서는 산업화 시대 유산인 공장·역사·창고 등을 문화 예술적으로 활용해 지역 사회·문화·경제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책과 자본이 유입되는 과정에 자발적으로 조성된 기존 창작공간의 파괴와 그 지역의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해 기존 거주 예술가들을 다른 지역으로 내몰거나 예술인을 관리 통제하여 예술의 자율성을 해치는 결과가 되어선 안 된다. 전시행정으로 구색만 갖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작가들로부터 호응 받아 예술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예술인을 위한 창작 공간'이 되어야 한다. 특혜 시비가 없게 공정한 선발과 철저한 관리 운영, 매니저 임명, 작가 프로모션 자료 인쇄,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필요한 예산 지원이 선결되어야 한다. 미술관 개관에 앞서 대구가 자랑할 수 있는 창작 스튜디오 구축에 시민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모아야 할 것이다. 예술의 생산자인 작가들이 있어야 보다 질 높은 예술을 누리며 문화 도시 대구의 긍지를 나눌 것이 아닌가.

갤러리소헌 대표 원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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