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 낙동강 은어 저장 "석빙고 장빙제 구경오세요"
선조들이 여름철에 활용하기 위해 얼음을 채빙해 석빙고(石氷庫)에 보관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장빙제'(藏氷祭) 행사가 안동 석빙고에서 16일 재현된다.
석빙고는 선조들이 겨울철에 얼음을 빙고(氷庫)라 이름 지은 동굴형 창고에 저장해 뒀다가 여름철에 더위를 물리치는 데 사용하거나 겨울에 잡은 은어를 보관했다가 여름에 임금님께 진상하기 위한 시설.
안동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단장 고영학)이 2002년부터 열고 있는 장빙제는 ▷안동 남후면 암산리 미천 강바닥에서의 채빙(採氷) ▷소달구지와 어깨목도를 이용한 운빙(運氷) ▷안동댐 인근 석빙고(보물 305호)에 채워 넣는 장빙(藏氷) 순으로 진행된다.
장빙제 재현을 위해 안동 석빙고 보존회 회원들은 5일부터 광음리 암산스케이트장 인근에서 옛날 빙고부역의 애환을 체험하며 매일 강얼음을 채취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업단은 이날 오전 선조들이 쓰던 톱으로 강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얼음을 자르고 소달구지를 이용해 안동댐으로 옮긴 뒤 노역꾼들의 목도로 석빙고에 채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채빙 행사는 풍물패의 신명나는 길놀이 속에서 반달모양의 대형톱으로 강얼음 자르기, 꼬챙이로 얼음 끌어올리기 등으로 펼쳐진다. 운빙 행렬은 풍물패의 길놀이와 어우러져 안동 석빙고 입구까지 간 뒤 선성현 객사에서 겨울에 날씨가 춥지 않아 농사에 지장을 받거나 얼음이 얼지 않을 때 하는 사한제를 지낸다. 사한제는 조선시대 성종6년과 영조45에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어 석빙고 입구에서 얼음이 잘 보관되고 음기(陰氣) 보존을 통해 우주의 질서가 조화롭도록 기원하는 장빙제를 갖는다.
고영학 단장은 "빙고에 얼음을 채우는 장빙 제도는 삼국사기에 지증왕6년(505) 국가가 빙고를 관리하고 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장빙제는 채빙 노역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이 많아 '빙고과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고 말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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