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철교를 건너는 동안
잔물결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
얼마 안 되는 보증금을 빼서 서울을 떠난 후
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한강,
어제의 내가 그 강물에 뒤척이고 있었다
한 뼘쯤 솟았다 내려앉는 물결들,
서울에 사는 동안 내게 지분이 있었다면
저 물결 한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결 하나 일으켜
열 번이 넘게 이삿짐을 쌌고
물결 하나 일으켜
물새 같은 아이 둘을 업어 길렀다
사랑도 물결 하나처럼
사소하게 일었다 스러지곤 했다
더는 걸을 수 없는 무릎을 일으켜 세운 것도
저 낮은 물결 위에서였다
숱한 목숨들이 일렁이며 흘러가는 이 도시에서
뒤척이며, 뒤척이며, 그러나
한 번도 같은 자리로 내려앉지 않는
물결 위에 쌓았다 허문 날들이 있었다
거대한 점묘화 같은 서울,
물결 하나가 반짝이며 내게 말을 건넨다
저 물결을 일으켜 또 어디로 갈 것인가
어쩌다 볼일 보러 서울 갈 적에 한강을 건너노라면 문득 옛 서울 시절을 떠올려보게 된다. 가난했던 시절, 몸 누일 방 한 칸이란 저 거대한 점묘화 같은 각박한 서울에선 그야말로 뼈저리게 아쉬운 화두 같은 것이었다. 시인도 얼마 안 되는 보증금을 빼서 서울을 떠난 걸 보면 처지가 거기서 거기였던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서울 사는 동안 나름대로 지분을 가졌었다는 특유의 착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지분이란 게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기껏 강물에 일렁이는 물결 한 쪽이라니! 그러나 시인은 오로지 그 물결 하나의 일으킴/일어섬으로 열 번 넘게 이삿짐을 쌌고, 물새 같은 아이 둘을 업어 길렀으며, 사랑마저 물결 하나처럼 사소하게 일었다 스러지곤 했다는 걸 인식한다. 더는 걸을 수 없는 무릎을 일으켜 세운 것도 저 낮은 물결 위에서였다는 언술은 눈물겹다. 물결은 김수영 시인의 '풀잎'처럼 일어났다간 곧 스러지곤 하지만 거듭거듭 또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지녔다. 물결에게 포기란 없다. 삶이라는 물결도 마찬가지 아닌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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