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회생 개시신청 서광무역 김대균 사장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라.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구 서구 비산동 서광무역㈜ 사장실 벽에 붙은 구호는 비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 회사 김대균(60·사진) 사장은 "우리 회사를 살리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 원사업체, 협력업체, 대구시 등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고 다짐했다.

서광무역은 지난해 매출 480억원(지역 직물업체 중 3위)에 이르는 직물 생산·수출기업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폴리에스테르 직물 원단, 특수가공 복합직물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아이템을 2개나 갖고 있으며, 섬유업계 최초로 '신지식인'에 선정된 것은 물론 대구시 '뉴밀레니엄 선도기업' '스타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2년 전 '키코'(KIKO·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의 '덫'에 걸려 164억원의 환손실을 보면서 '흑자부도' 위기를 겪다가 4일 대구지법에 기업회생 개시신청을 했다. KIKO 가입 당시 원/달러 환율이 900원선을 위협받고 있었고, 정부와 민간경제연구소의 환율전망도 900원을 밑돌았다. 김 사장은 이 상품에 들면 환율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은행 직원의 권유로 가입했으나 이후 환율이 오르면서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키코 사태로 (손실분)상환부담과 대출금 회수 압력, 신용등급 하락, 금리 상승 등으로 2년 동안 가시밭길을 걸었다. 영업이익의 대부분(44억원)을 '환손실'에 쏟아부었다"며 "하지만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서광무역의 부채규모는 KIKO 손실액과 금융기관 대출금, 원사대금 등 333억여원에 이른다. 협력업체 중 영세업체의 대금은 연말에 모두 갚았다. "어차피 '법원'에 갈 사람이 구태여 현금을 몽땅 털어 협력업체에 대금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세한 협력업체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잖아요."

서광무역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지만 '정상 가동' 상태다. 해외 바이어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 원사업체들은 실을 계속 공급하고, 협력업체들도 변함없이 일을 맡아주고 있다. 대구시도 알짜기업의 회생을 위해 금융기관, 원사업체 등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기업회생 개시신청을 하면서 살고 있던 아파트와 땅(시가 20여억원), 그리고 개인회사인 서광물산 등 개인 재산을 모두 내놨다. 김 사장은 "공고를 졸업한 뒤 30여년 동안 섬유업에 종사했고, 앞으로도 이 일을 하고 싶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없다"며 "회사가 잘못되면 300여명의 직원과 100여개 협력업체가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상황이다. 회사를 살려서 올해 5천만달러 수출목표를 달성하고 싶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서광무역㈜은 서광물산을 기반으로 1994년 설립됐으며, 대구에 본사와 염색가공공장, 경북 성주에 2개 공장, 서울에 무역사무실을 두고 있다. 신사·숙녀복 원단과 스포츠·아웃도어웨어 원단을 미국, 유럽, 중남미 등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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