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인 은 5주마다 집필 순서가 돌아온다. 칼럼 순서는 통상 일주일 전에 통보받게 되며 시간이 지나 마감 시간이 다가올수록 답답해진다. 6, 7일 전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그렇게 답답하지 않지만 하루씩 지날수록 서서히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마감이 코앞인데 칼럼의 주제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진다.
신문사 밥을 먹는 사람이 글 쓰는 일을 그렇게 힘들어해서야 어떡하느냐고 혀를 찰지 모르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는 기사와 달리 칼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주제를 정하고 논지를 살리기 위해 예화를 제시하고 식견을 펼쳐야 한다. 상당한 내공의 글쟁이라야 가능한 일이다. 필자처럼 식견이 얕고 내공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힘든 일이다. 기사와 칼럼을 비교했지만 기사 쓰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글쓰기는 어렵고 힘들고 두렵다. 글을 쓸 때면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살피게 된다. 글쓰기는 마땅히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글이 어려운 이유 중 또 하나는 극한 지점에 이르러서야 겨우 희망의 불빛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감 시간을 여유있게 두고 주제를 정한 뒤 글을 써내려 갈 때면 쨍한 햇살에 뽀송뽀송하게 마른 빨래처럼 상쾌한 기분이지만 벌레 씹듯 시간을 죽이다가 마감 시간이 코앞에 닥치고서야 겨우 방향을 잡게 될 때는 진저리를 치게 된다.
신문사 외부에서 글을 고정적으로 기고하는 학자들이나 전문가들로부터도 글쓰기의 어려움을 전해 듣는다. 한 달에 한 번씩 쓰거나 매주 써야 하는 이들도 있는데 매주 써야 하는 이들 중에는 일주일이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느냐고 비명을 지르는 이들도 있다.
이 글도 그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됐다. 문화와 체육을 담당하는 데스크로서 5주 전에는 월드컵 대회 조 추첨 결과가 나온 시기라 큰 고민 없이 월드컵과 관련된 주제를 정해 글을 썼다. 이번에는 문화 분야 주제를 정해야 하는데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지난해 출범한 대구문화재단과 관련된 주제를 찾거나 대구의 문화 발전 방안, 대중 문화의 현주소 짚기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지만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사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문화 분야 이야기가 그렇게 내키지 않았던 것 같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지방의 반발을 넘어 대구경북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세종시 수정안' 말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기사로도 많이 다뤄지고 있고 정치'행정 분야이기 때문에 칼럼의 다양성을 위해 필자가 거론할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어떡하든 잠깐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위선'을 다룬 연극을 끌어와 중층 구조로 칼럼을 구성하거나 문화 이야기 속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논하는 방법 등을 궁리해봤다. 마땅치 않았다. 녹여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다.
'세종시 수정안'은 거대한 위선의 드라마이다. '행정 효율'을 위해 세종시 원안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서울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 번복이라는 불신의 돌을 던진 것이다. '행정 효율'보다 더 중대한 '균형 발전'은 왜 외면하는가. 중앙 행정 부처는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기득권적 사고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도권 과밀 해결'이라는 더 중요한 국가적 과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서울 지역 신문들이 쏟아놓은 '서울 논리'는 매우 심각하다. 그 중 한 신문은 수년 전에 수도권을 우선적으로 더 발전시켜 그 혜택을 지방에 나눠주자는 '수도권 중심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속터질 노릇이다. 경북 영천 출신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것은 얼마나 역겨운 일인가. 그들의 마음에는 지방이 없다.
뭐, 이런 요지의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참신하지는 않지만 절실해서 강하게 말하고 싶으며 조롱해주고 싶은 것이다.
글쓰기의 괴로움을 빙자해 어정쩡하고 부끄러운 칼럼이 되고 말았다. 잠시 한숨을 돌리겠지만 5주 후의 시간이 또 화살처럼 날아들 것이다.
김지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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