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84년 전인 1926년 스코틀랜드의 전기 공학자인 존 베어드가 첫 공개 시험에 성공했다. 1937년에는 영국 BBC가 첫 TV 방송을 시작했고, 1953년에는 컬러 TV가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1956년 세계에서 15번째로 TV 전파를 발사한 데 이어 1966년 금성사가 처음 흑백 TV를 만들었다. 값은 6만 원 선으로 당시 쌀 한 가마가 2천 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비쌌으나 추첨을 통해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는 1976년에 독자 기술로 컬러 TV를 개발했다. 하지만 사치와 위화감 조장을 이유로 보급되지 않다가 1980년 KBS가 컬러 TV 방송을 시작하면서 대중화됐다.
지금이야 휴대전화로도 TV를 볼 수 있는 시대지만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TV는 최고가품이었다. TV를 한 번 보려면 잘사는 아이에게 온갖 아양을 떨거나 퀴퀴한 만화방을 찾아야 했다. 만화방에서 TV를 보려면 따로 돈을 더 내야 했다. 당당하게 만화방 주인의 안방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고, 돈이 모자란 아이들은 침을 발라 문풍지를 뚫고 보려다 주인에게 호통을 당하기도 했다. 또 학교의 가정조사 때 TV는 단골 고가품이었다. 육성회비를 더 매긴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지만 TV가 있다고 손을 드는 친구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40대 후반 이상은 대부분 지니고 있는 아련한 추억이다.
TV가 인기를 끌면서 그 폐해도 점점 늘었다. 아이들 눈을 나쁘게 하고, 전자파 문제도 제기됐다. 그 재미에 빠져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고 하여 바보상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최근 호주의 한 심장'당뇨협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TV 시청이 각종 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4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면 2시간 이하 시청하는 사람들에 비해 각종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 46%, 심장 관련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무려 80%나 높다는 결과다. 이는 흡연이나 비만 등 심장 질환을 일으키는 다른 요인과 무관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한때 국내에서도 TV 덜 보기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안 그래도 인터넷이다 공부다 해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데 이 결과는 큰 위협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TV 덜 보기 운동을 다시 펼쳐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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