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각),남극으로 순항 중인 아라온호 갑판으로 나왔다. 배의 요동이 점차 심해지면서 울렁증이 몰려와 바람도 쐴겸 4인1실로 묵는 2데크(2Deck) 14호 침실을 빠져나온 것이다.
아라온호가 12일 저녁 748분(한국시간 12일 오후 3시48분)께 남극으로 가는 4대 관문의 하나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항을 출항했기 때문에 '크라이스트처치~남극대륙~크라이스트처치' 항로는 40여일에 걸친 약 1만1천㎞에 달하는 험난한 항해가 예고된다. 크라이스트처치항을 기점으로 보면 남극 항해는 이제 겨우 만 이틀째를 맞은 셈이다.
배는 지금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정남향으로 약 1천㎞ 지점을 항해 중이다.
선상에서 바라본 남태평양은 수평선과 맞닿은 온통 검푸른 망망대해이다. 비바람 속에 가끔씩 갈매기 떼와 돌고래들이 예고 없이 아라온호 주변을 호위하며 외로운 처녀출항을 반갑게 에스코트해준다.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남쪽으로 점차 진입하면서 배의 요동도 심상치 않다. 배 멀미를 호소하는 탑승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앞으로 2, 3일간이 고비가 될 것이라 한다.
크라이스트처치 출항 당시 극지연구소 이장우 해무감독은 "실제로 우리가 만든 배를 가지고 남극에 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운을 뗀 뒤, "(이번 1항차는 우리로서)처음 가는 곳이자 처음 경험하는 곳이라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예고상으로 파고가 6~7m 이상이고 10m 가까이 되는 등 엄청나게 배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항해가 험난한 대장정이 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아라온호의 남극 항해는 이번이 1항차로, 쇄빙능력시험 및 남극 제2기지 정밀조사가 주요 임무다.
1항차의 목표지점은 남극 제2기지 후보지로 유력시되는 케이프 벅스(Cape Burks)와 대안지 중 하나인 테라노바베이(Terra Nova Bay) 등 2곳이다. 현재 항해속력은 12노트(시속 22.4㎞) 정도란다.
우선, 아라온호는 러시아 쇄빙선과 조우하기 위해 만 5일 동안 동경 172도 38분(1724°38′E)을 따라 정남향으로 약 2천㎞를 이동 항해한다. 그러면 16, 17일께 남위 60도(60°S) 해역에 도착하게 된다. 이어 17일 남위 62~63도, 동경 172도 38분(62~63°S, 172°38′E) 부근 해역에서 러시아 쇄빙선인 아카데믹 페도로프(Academic Fedorov)호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남상헌 극지운영실장은 "아라온호는 크라이스트처치를 출항한 지 만 5일만인 17일 저녁 아카데믹 페도로프호와 만날 예정"이라며 "17일 저녁이나 18일 아침부터 페도로프호와 7일간 쭉 약 2천500㎞를 동행 항해해 24일께 서남극 해안에 인접한 케이프 벅스(남위 74도 45분, 서경 136도 48분)에 도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라온호는 12일 출항 당시 추가급유 시간이 길어지면서 예정보다 12시간 가까이 지각 출항했기 때문에 러시아 쇄빙선과 조우하려면 그만큼 갈 길이 바쁘다. 그렇다고 항해속력을 무리하게 높일 수도 없다. 아라온호의 최고속도는 16노트이지만 경제순항속도는 12노트이기 때문이다.
1항차 총괄책임자인 극지연구소 김동엽 수석연구원은 "아라온호는 하루 평균 21t 정도의 연료 기름을 필요로 한다"며 "항해속도를 정상속도(10~12노트)보다 2~3노트만 올려도 연료가 하루 평균 36~40t으로 두 배 가까이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라온호 승조원을 제외한 정밀조사단, 취재기자단 등 탑승객들은 13일 안전교육 훈련 및 비상탈출 훈련을 받았다.
최종범 1항사는 "비상사태로 퇴선명령이 내려지면 탑승객인 85명 전원이 캡슐식 구명정으로 비상탈출하게 된다면서 "이 구명정에는 1인당 사흘간 사용할 비상식량·약·기름·멀미약·낚시 등 최대한 생존할 수 있는 보급품들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남극은 지금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인 여름철로 거의 낮만 계속되는 백야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크라이스트처치 남쪽 1천㎞ 지점 아라온호 선상에서 부산일보 송현수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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