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2월 14일)이 한 달여 남았지만 유통업계는 벌써부터 설 선물세트 준비와 예약판매로 바쁘다. 더 좋은 상품으로 더 많은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설 선물 마케팅'은 총칼 없는 전쟁과도 같다. 기자는 좋은 상품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는 동아백화점 청과물 바이어 박동만(36) 대리를 따라 나섰다.
◆좋은 상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박동만 대리는 백화점 근무 10년차이다. 이 중 8년을 과일과 채소 등을 담당하는 생식품 청과바이어로 근무한 베테랑이다. 우수한 농산물이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가 확인하고 구매하는 일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어느 지역, 어떤 농민이 재배한 과일과 채소가 맛있고 품질이 우수한 지 훤히 꿰고 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 12일 새벽 5시 30분 칠성시장을 찾은 박 대리는 언손을 호호 불며 채소와 과일 등을 꼼꼼히 골라서 구매한 뒤 배송했다. 생식품의 수급상황과 가격동향을 파악한 후 구매량을 정해 유통센터에 보고하고 아침을 먹었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설 선물세트로 쓸 곶감을 살펴보기 위해 경남 함안군 함안면 파수리의 한 농장을 찾았다. 승용차로 1시간 30여분을 달려 함안황토봉이곶감을 생산하는 파수농원 최종현(62) 대표를 만났다. 이 농원에서는 생산하는 곶감은 여러 단계를 거쳐 상품화된다. 먼저 친환경인증을 받은 물감(수시)과 굵은 감인 대봉을 10월 말∼11월 초쯤 수확해 온돌 황토실에서 20∼30℃ 온도로 2차례 숙성한 후 건조장에서 약 50일 정도 뒀다가 응고된 당분과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을 손으로 다듬어 분해한 뒤 다시 10여일간 건조시킨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이 곶감은 다른 지역 곶감보다 연하고 부드럽다. 또 높은 당도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해 20여년 전부터 동아백화점 선물세트로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등 다른 백화점에서도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박 대리는 "이 농원과 20여년 동안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이곳의 곶감으로 8종류의 곶감선물세트를 만들고, 이외에도 상주곶감 등 20여종류의 선물센트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선물세트 제작과정
선물세트는 보통 명절 3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바이어들이 소비자 구매성향, 지난 명절의 인기상품, 계절적 특성, 산지의 작황 등을 고려해 주력상품군을 선정한다. 이어 임직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선물세트 상품과 마케팅 콘셉트 등을 결정한다.
상품이 결정되면 바이어는 산지를 다니며 우수 상품을 찾아 나선다. 거래처나 행정관청, 생산자조합 등을 통해 생산자를 소개받기도 한다. 이렇게 생산자가 결정되면 생산품의 재배과정 등을 살펴보고 샘플을 전문품질검사업체 또는 공인 품질관리기관에 의뢰, 상품성을 검증한 뒤 사들인다. 동아백화점은 농산물과 청과물의 경우 친환경인증과 무농약인증 여부 등을 우선 고려한다. 수산물은 상품의 신선도와 보관상태, 원산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축산물은 품질이 우수한 가축을 골라 선진국형 위생관리 시스템인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동아축산물종합처리장에서 도축, 가공, 숙성시켜 판매한다.
상품성까지 합격하면 선물세트 제작에 들어간다. 예상 소요물량과 납품가격, 납품일자 등이 결정된 후 상품들은 산지에서 대구 신서동 유통센터로 모인다. 이곳에서 재선별과 포장을 통해 다양한 선물세트들로 거듭난다. 특히 동아백화점은 고객 주문형 상품인 주문형(Order-Made)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자 보다 특색 있는 상품 개발을 위해 크로스오버(Crossover)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이 전략은 각 상품군별 영역을 침범하지 않던 관행을 깨고 가령 한우와 와인, 사과와 배 등 혼합 선물세트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된 선물세트들은 이미 5∼40% 정도까지 할인된 값에 예약판매되고 있다. 백화점 매장에는 다음주쯤 등장한다. 동아백화점 유통센터 최경진 센터장은 "올 설 명절 선물세트는 높은 가격대의 친환경·웰빙 상품과 실속형 상품으로 양분될 전망"이라면서 "선물세트 품목 수의 다양화와 무료배달서비스와 통합배달시스템 등을 통해 고개들이 편리하고 실속있게 선물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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