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늬만 서민금융' 되지 않도록 해야

저신용자에 저금리로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는 미소금융이 출범 한 달을 맞았으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금융소외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15일 사업을 시작한 이후 12일까지 총 5천872명이 미소금융재단 지역지점을 방문해 대출 상담을 받았다. 이 중 대출 가능자로 분류된 사람은 33%인 1천938명에 그쳤고 그나마 본심사 등을 거쳐 실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전체 상담자의 0.3%인 20명, 대출금액은 9천800만 원에 불과했다.

대출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이유에 대해 금융위는 "대출 심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무등록 사업자 대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대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제로 이용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미소금융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도 7등급 이하이면서 ▷창업자금 50% 이상 확보 ▷보유재산은 8천500만 원(대도시 1억3천만 원) 미만 ▷보유재산 대비 채무액이 50% 미만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서민들이 이 같은 요건을 모두 갖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미소금융에서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초기 창업자금 50%를 확보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라는 것은 수입이 매우 적거나 빚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점에서 보유 재산 대비 채무액 50% 미만이란 요건도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사람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나 같다.

이 때문에 미소금융을 찾는 사람들도 갈수록 줄고 있다. 대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되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보니 출범 초기보다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대출 요건을 느슨하게 하면 대출 실적은 늘지만 회수율 저하와 부실 채권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미소금융 사업의 본질이 저신용자 무담보 대출인 만큼 통상적인 금융 사업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부실 채권 증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출 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실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이 사업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사실 회수율 저하에 대한 염려는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대출 회수율이 90% 이상에 달한다는 사실에 비춰 기우일 수도 있다. 다행히 2월 말까지 대출 기준 개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니 명실상부한 서민금융이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개선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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