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제조 기업 '삼한C1' 한삼화 회장(67)은 현대 자동차만 탄다. 그의 현대차 사랑은 포니로 시작해 포니2, 스텔라, 소나타, 그랜저, 에쿠스로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은근히 현대차를 권유한다. 그가 현대 자동차를 고집하는 것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불굴의 의지와 애국심에 감사와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오래 전에 현대 자동차, 현대 중공업 등을 견학한 적이 있어요. 공장을 둘러보면서 나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국민 대다수가 끼니를 걱정하던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그들이 흘린 피와 땀, 눈물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고 정주영 회장, 고 이병철 회장, 박태준 회장 등을 신화를 쓴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현대 자동차, 조선산업은 신화입니다. 그것을 시작할 당시 우리나라는 백지 상태였어요. 맨 바닥에 산을 세운 것입니다. 지금 우리를 먹여 살리는 산업의 기틀을 그 당시 마련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60대 이상 '근대화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산다. 그러나 근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다르다. '근대화 세대'는 가장 참기 어려운 고통을 배고픔이라고 말하고, 젊은 세대는 배고픔을 알지 못한다. 불과 수십년 만에 우리는 농업시대에서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로 왔으며 리어카를 끌다가 자동차를 탔다.
"자본도 기술도 자원도 없던 나라를 이런 강국으로 만든 것은 지도자들의 비전과 한 끼 밥을 걱정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가난극복 의지였습니다. 삼성이 소니를 추월했다는 것은 기적인 것입니다."
한삼화 회장은 처음부터 흙벽돌을 만들었고 시멘트 벽돌을 제조한 적은 없다. 그가 만든 제품은 명동성당, 덕수궁 돌담길, 연세 대학교 송도 캠퍼스, 계명대 캠퍼스 전체, 대전 목원대학교 벽돌 전체, 월드컵 경기장 바닥 벽돌, 국채보상 공원 바닥, 인천 송도 신도시, 해운대 달맞이 공원, 제주도 4·3공원 등 전국의 주요 시설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흙벽돌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코 시멘트 벽돌을 폄훼하지 않았다.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시멘트 벽돌은 불가피했습니다. 빨리 짓고 빨리 건설하고, 빨리 만들어야 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시멘트 벽돌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산업화 하는 과정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시멘트가 아니라면 못했을 일도 많았습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는 집착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충실하게 살아왔고, 많은 일을 했습니다. 정도를 지키며 가치 있는 일을 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책무도, 사회에 대한 책무도 어느 정도는 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 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할 뿐입니다."
한삼화 회장은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으며 아버지 된 자, 남편 된 자, 아들 된 자의 사명을 다했다. 그와 동시대를 산 이른바 '근대화 세대'들은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 오늘의 한국을 건설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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