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책꽂이에 꽂힌 자연요리 전문가 임지호님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기에 '한국 요리의 외교관'이라 불리는 그는 자연에서 요리의 재료를 찾고자 40여 년 전국을 떠돈다. 발길 닿는 대로 재료를 찾고 손길 닿는 대로 요리를 해온 그에게 자연은 스승이고 손님은 거리에서 만난 어머니들이다.
나는 담백한 그릇 몇 개면 족해 부엌 살림이 늘 단출하다. 그러나 오늘 새삼 그릇이란 말에 마음이 머문다. 밥도 담고, 차도 담고, 술도 담고, 뭐든 담을 수 있는 그 그릇에 내 마음을 슬쩍 담아 본다. 어느 날은 모자라고 또 어느 날은 넘치고 또 어느 날은 출렁거린다. 그런 내 마음을 그릇이란 말에 담고 보니 일그러져 못난 그릇 하나 거기 있다. 그릇도 아니고 그륵이 돼서 찌그러져 있지만 오늘은 못난 대로 정이 간다. 뭐라도 넉넉하게 담아내고 싶으니 이만하면 족하다 싶다. 책의 힘이다.
여기 우물이 하나 있다. 물을 아무리 퍼내도 우물물은 줄지 않고, 더 갖다 부어도 그 양이 더 늘지 않는 우물이다. 자, 어떻게 하면 이 우물의 물을 더 많게 할 수 있을까? 우물을 더 깊게 파면 된다. 그릇을 크게 만들면 된다는 뜻이겠다.
자연요리 전문가 임지호님은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요리 재료는 지천에 그대로 그득하다고 했다. 그래서 '천지가 다 밥'이라 했다. 밑줄 그어진 그 문장을 다시 들여다보는 오늘은 나도 한 그릇 따순 밥이 되어 누구라도 배불리 먹이고 싶다. 막 김 오른 그 마음을 온전히 내 마음그릇에 소복하게 퍼 담는다. 금세 더 깊게 판 우물처럼 넉넉해진 마음그릇이 된다. 역시 책은 힘이 세다.
여기저기서 모두들 어렵다 한다, 힘들다 한다. 돈이 주인 되니 그런가 보다. 양보, 배려, 나눔이란 말은 이제 우리 삶의 덕목 뒷줄에 있으니 우리 마음그릇 크기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러나 양보하고 나누고 배려할 여유가 없기에 우리는 더 힘들고 어려운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임지호님은 전국을 떠돌며 지천에 늘린 자연 재료로 따순 밥을 지어 그가 만나는 사람 누구라도 그 밥상의 주인이 되게 했다. 위로의 말 한마디 따스하게 건네기 어려운 때에 내가 먼저 지친 이에게 한 그릇 따순 밥이 되자. 위로하는 마음, 격려하는 마음, 믿어주는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의 마음그릇을 깊고 넉넉히 더 넓히는 일은 아닐까?
퍼내어 쓰면 쓸수록 다시 샘솟는 우물물같이 넉넉히 나누는 마음, 이 마음이야말로 어려운 때에 우리를 다시 살리는 한 그릇 밥이 되게 한다. 이때 우리는, 마음이 다 그릇이고 천지가 다 밥이 되는 순간이 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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