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렵성행 겨울 '동물 수난기간'…단속 강화 목소리

유인용씨가 지난해 자신의 진돗개가 실종된 장소를 가리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올무에 걸려 목 주변에 상처를 입은 유인용씨의 진돗개. 조문호기자
유인용씨가 지난해 자신의 진돗개가 실종된 장소를 가리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올무에 걸려 목 주변에 상처를 입은 유인용씨의 진돗개. 조문호기자

17일 경북 칠곡군 동명면 금암리 송림지 주변 개 사육장. 진돗개 네마리가 사이좋게 뛰어놀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면 개의 목 주변에 움푹 파인 상처가 뚜렷하다. 주인 유인용씨는 "지난해 뒷산에 산책하러 나갔다 올무에 걸려 입은 상처"라며 치를 떨었다. 산책 도중 샛길로 나섰던 네마리 모두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에 걸린 뒤 3일에서 최장 42일간 사라졌다가 겨우 돌아왔단다.

유씨는 "애지중지 키우던 6마리 가운데 2마리가 아예 실종됐다. 올무에 희생된 것 같다"며 "행정 기관에 호소하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만 하더라"고 하소연했다.

매년 겨울철마다 밀렵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올무를 비롯한 불법 엽구(밀렵 도구)에 의한 동물 피해가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멸종위기 야생동물까지 불법 엽구의 희생양이 되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환경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전국에 걸쳐 눈이 내린 요즘 불법 엽구가 집중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먹이가 부족해 야생동물이 산을 내려오는 한겨울엔 밀렵이 횡행하고, 산에 눈이 내리면 야생동물의 이동경로가 쉽게 드러나 포획을 노린 불법 엽구 설치가 봇물을 이룬다.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대구경북지부는 전국 산하에 설치된 불법 엽구가 80만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한 해에 수거한 불법엽구만 덫·창애 47개, 올무 265개에 달한다.

그러나 밀렵과 불법 엽구 설치에 대한 사전 단속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전국 밀렵·밀거래 특별단속실적(2008년 11월~2009년 2월)은 719건에 달하나 대구·경북 단속실적은 각각 5건과 1건에 불과하다. 대구지방환경청 이치우 팀장은 "동물 보호 단체와 함께 밀렵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관리 지역이 워낙 넓은데다 현장을 덮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밀렵을 위한 불법 엽구 설치가 성행하면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조차 잇따라 수난을 당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초 울진 왕피천 중림골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산양이 올무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고, 앞서 2008년 10월에도 봉화와 삼척에 걸친 용인등봉에서 올무에 걸린 산양이 등산객에 의해 발견돼 구조됐다. 또 대구지방환경청은 15일 올무에 의해 부상을 당하거나 구조된 멸종위기종인 잿빛개구리매, 수리부엉이 등 다섯마리를 청송 주왕산에 방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행정기관들이 전담 인력 부족을 핑계 대는 한 밀렵과 불법엽구에 의한 야생동물 피해를 예방할 수 없다"며 "각 지자체마다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총기류 개조를 비롯한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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