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지진체험관. '우광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가 요동친다. 탁자가 '덜덜덜' 떨린다. 아이티를 강타한 리히터 7.0 규모의 강진 상황이다.
그 순간 부엌에 있던 가족들은 잽싸게 움직인다.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차단기를 내려 전기를 끊는다. 아이들은 탁자 밑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린다. 고사리 손마다 탁자 다리를 꼭 붙잡고 있다. 아스팔트가 '쩍쩍' 갈라진 골목길에선 낮은 자세로 빠르게 이동한다. 두 팔로 머리를 감싼다. 떨어질 듯 위태로운 건물 간판 아래를 지날 때면 더욱 걸음을 재촉한다.
이날 이곳에서 두 아이와 함께 지진 상황과 대처 요령을 체험한 이영숙(40·서구 중리동) 주부는 "아이티도 200년간 지진이 없었다는데 한국이 지진에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언제 어떤 자연 재해가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들렀다"고 말했다.
아이티 대재앙이 '지진 안전 교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지진 대피 요령을 체험하려는 시민들의 예약 방문이 줄을 잇고, 유치원을 비롯한 영·유아 보육시설마다 지진 대피법을 집중 교육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교육청은 지진에 대비한 학교 내진보강 사업까지 계획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횟수는 모두 60회. 지난 10년간(1999∼2008년)의 평균(41회)보다 19회나 더 발생했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님을 방증하는 수치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지난해 10회의 지진이 발생해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아이티 지진 참사는 대구경북 교육 기관에 지진 안전 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 ▶ 버튼을 클릭하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19일 대구 중구 남산동 꿈나무유아원. '에엥∼' 지진 발생 경보가 울리자 수업을 받던 어린이들이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긴다. 하나같이 고사리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기까지 5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땅이 흔들려 무서워도 그냥 앉아 있으면 안 돼요. 책상, 피아노 밑에 들어가야 돼요. 재난 방송 라디오는 켜 놓고, 문은 열어야 돼요." 상황이 해제되자 아이들은 지진 대피 요령을 읊는다. 박재영 원장은 "한 달에 한번 화재·지진 대피요령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티 참사가 발생한 이후부터는 아이들에게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안전테마파크 정현관 소방장은 "큰 규모의 지진이 있은 뒤에는 화재 등 2차 피해가 속출하기 마련"이라며 "상황별 지진 대비 훈련을 숙지해야 실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상북도교육청은 지진 안전 교육 차원을 넘어 학교 건물에 대한 내진보강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구경북 초·중·고교 건물 대다수가 지진에 무방비 상태라는 판단 때문이다. 교육청은 앞으로 5년간 270여억원을 들여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내진보강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동영상 장성혁기자 jsh0529@msnet.co.kr
※지진 대처 요령(자료=소방방재청)
◆집이나 사무실 안에 있을 경우
-안에 그대로 있는다. 창문 가까운 곳을 피하고 튼튼한 책상이나 테이블 밑으로 대피한다. 책상이 없을 때는 벽에 기대서고 목과 얼굴을 코트나 쿠션, 담요 등으로 보호한다.
-엘리베이터 안에 갇혔을 경우 모든 층의 버튼을 누르고 가능한 한 빨리 빠져나온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나 계단으로 달려가지 말아야 한다.
-깨지거나 쓰러질 위험이 있는 창문, 유리, 책장, 스토브, 가스히터 주변을 피한다.
-침착하게 행동하며 절대 뛰지 말고 걸어야 한다.
◆밖에 있을 경우
-빌딩이나 나무, 유리창, 전신주, 가로등이 없는 곳으로 대피한다.
-빌딩이 많은 다운타운 지역에 있을 경우 낙석을 피해 차 밑으로 숨거나 출입구(문간) 쪽으로 대피한다.
-쇼핑몰이나 도서관 등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 있을 때는 문쪽으로 몰려가지 말고 주변에 떨어질 물건이 많은 곳을 피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