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매년 야구밖에 모르던 500여명의 청년들이 프로 구단의 외면 속에 낯선 사회생활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악전고투를 거듭해야 한다. 그래도 야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아직 일부지만 바다 건너 일본으로 눈길을 돌린 선수들이 있다. 경북고 출신 사이드암 투수 전대기(22)의 경우도 그렇다.
국내 한 전문대 야구부에 진학했던 전대기는 지난해 일본 간사이 독립리그에 발을 디뎠다. 낯선 외국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컸다. 하지만 두 달만에 보따리를 싸야 했다. 알고 보니 애초에 두 달만 뛴다는 계약이 맺어져 있었던 것. 전대기는 자신을 일본에 소개한 에이전트로부터 그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없고 한글로 된 계약서에도 그런 내용이 없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생활이 너무 힘들어 집 생각이 간절해도 꾹 참고 뛰었는데…. 방출 통보를 받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다행히 다른 독립리그(시코쿠-규슈 아일랜드리그)에서 손을 내밀어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고치 파이팅 독스라는 팀에 입단한 전대기는 서서히 안정을 찾았다. 전자사전을 들고 다니며 공부한 덕에 일본어도 차츰 늘었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팬들도 생겼다. 일본의 물가를 고려할 때 월급 15만엔은 빠듯한 액수지만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고치에서 전대기는 일본과 미국을 거치며 한 시대를 풍미한 대투수 이라부 히데키(40)도 만났다. 선수 생활을 이어갈 꿈을 접지 않은 히데키가 시즌 도중 고치에 입단, 한솥밥을 먹게 된 것. "부인이 재일교포여서인지 한국말도 조금 하더군요. 이라부가 선발 등판한 뒤 제가 마무리 투수로 올라갔는데 승리를 지키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경기 후 눈물이 흐르는데 이라부가 괜찮다고 달래줬어요. 자상한 사람이었죠."
시코쿠리그 우승에 힘을 보탠 전대기는 또 다른 독립리그 BC리그와의 통합 챔피언전에서도 고치 동료들과 함께 정상에 섰다. 올해는 BC리그에서 뛸 곳을 타진해볼 계획이다. "일본 프로무대 진출이 1차 목표예요. 한때 절 눈여겨보던 한신 타이거즈 관계자가 있었는데 마침 그때 부진했던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다시 시작해야죠. 그리고 8월에는 국내 프로 선수 드래프트에 신청해볼 생각도 있어요."
전대기는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있다고 믿는다. 국내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야구 선수들에게도 당부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외국 생활은 두렵고 힘들죠. 하지만 야구를 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과감히 도전하세요. 기회는 찾는 자에게 온다지 않습니까."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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