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림살이 팍팍…금융민원도 봇물

#이모(28·대구 북구 태전동)씨는 한 생명보험회사에 월 보험료를 100만원씩 내기로 하고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이씨는 "적금식 상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상품이었다"며 이미 낸 보험료 700만원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보험사에 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씨와의 통화녹취 내용 등을 제시하며 정상 판매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씨는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에 민원을 냈고 금감원 조사결과, 이씨의 월소득액(150만원)에 비해 보험료가 지나치게 많았으며 2년 후 사업자금 마련을 원한다는 이씨의 의도와 달리 변액보험은 2년 경과시점에는 환급금액이 턱없이 적었다. 금감원은 이를 보험사에 제시했고 보험사가 이를 인정, 700만원 중 400만원을 돌려주기로 했다.

#대구시내 한 아파트 계약자들은 건설사와 '은행 중도금대출 무이자 조건'(중도금 대출 이자를 건설사가 부담)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건설사는 자금난으로 이자를 내지 못했고 은행은 분양계약 위반이라며 계약자들에게 이자를 내라고 요구했다. 계약자들은 반발했고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으로 민원이 들어갔다.

결과는? 금감원은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서상 대출금 및 이자납입 주체는 분양 계약자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건설사 광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대출약정서를 꼼꼼히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이 지난해 처리한 금융 민원(2천63건)을 분석한 결과, 전년에 비해 51.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민원이 들어온 것.

은행 민원이 64.9% 늘어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생명보험도 비슷한 수준(63.5%)이었다. 그 다음은 손해보험(33.0%↑) 및 신용카드 등 비은행권(25.2%↑)이었다.

금융권역별로 따져보면 생명보험이 45.6%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은행(20.0%), 신용카드 등 비은행(18.1%), 손해보험(15.0%), 증권(1.3%) 등의 순이었다.

금융권역별 비중에서 생명보험이 가장 큰 민원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변액보험 탓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주식시장 침체 여파로 변액보험 계약자들이 수익률 또는 해약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상품내용이 보험 가입 때 들은 내용과 다르다고 얘기하는 등 변액보험 모집 과정에서 민원이 많았다는 것.

은행의 민원이 늘어난 것과 관련,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가계 및 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금리 인하·만기 연장 등의 민원이 크게 늘어났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대구경북지역 금융민원 가운데 48%가 일부 또는 전부 수용되면서 절반에 가까운 민원이 해결됐다. 지난해 전국의 민원 수용률은 33%에 머물렀다.

오재극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장은 "금융민원이 많은 회사에 대해서는 민원발생 예방대책을 수립·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