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 농구의 골밑을 지키는 대들보가 될 것인가.'
큰 키에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춰 곧 프로농구 무대를 주름잡으리란 기대를 모았다. 헌칠한 외모 또한 눈길을 끌었던 부분. 귀화한 혼혈 농구 선수 이승준(31·206㎝·서울 삼성)·동준(30·200㎝·대구 오리온스) 형제가 그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기대치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삼성은 주포 테렌스 레더와 이승준의 동선이 겹치자 고심 끝에 시즌 중 레더를 KCC로 보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승준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 하지만 15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던 이승준은 레더가 떠난 뒤 8.8점 3.3리바운드로 더욱 기대를 밑돌았다. 24일 원주 동부와의 경기(72대77 패)에선 30분 넘게 뛰면서 8점 4리바운드에 그쳤고 막판 손쉬운 슛 2개를 놓치고 실책을 범해 8연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뛰어난 탄력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덩크슛은 이승준의 장기. 하지만 그외에 맞상대하는 국내 선수들보다 이승준이 우월한 점은 찾기 어렵다. 다른 구단 감독들의 지적대로 실책이 잦고 파울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데다 수비가 허술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팀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 공교롭게도 세 시즌째 이승준의 동생 이동준을 데리고 있는 오리온스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형편이다.
둘 모두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격에서 공을 가지지 않았을 때, 지역 수비를 펼칠 때 등 동료간 호흡이 중요한 때에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동준의 경우 손 부상으로 이번 시즌 19경기만 뛰고 이미 시즌을 접은 상황인데 경험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경기를 더 뛰어야 할 상황이다. 오리온스가 시즌 막바지에라도 이동준을 투입해볼 생각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모습으론 형제가 국내 최고로 꼽히는 베테랑 김주성, 함지훈 등 파워포워드들을 넘보기 어렵다. 그나마 수비보다 낫다고 꼽히는 공격력에서도 운동능력을 제외하곤 슛, 드리블, 패스 등 어느 하나 경쟁자보다 나은 것이 없다. 자랑거리인 운동능력 또한 앞으로 얼마나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형제 모두 서른줄에 접어들었기 때문. 스스로 절박함을 느낀다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형제가 어머니의 나라로 귀화하면서 바랐던 것처럼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개인 시간을 투자, 끊임없이 담금질을 해야 한다. 이동준을 두고 오리온스 관계자가 "아직 미국식 사고가 남아 있다. 국내 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경기에 뛰지 못해도 개인 시간까지 훈련과 팀 전술을 익히는 데 바치라면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고 했지만 그들이 어릴 때 보며 자란 미국 프로농구 스타들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그렇게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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