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직격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이 대구경북 아닙니까? 그런데 들여다보면 우리 지역이 가장 조용한 것 같습니다. 정부가 '전국 각 혁신도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 고 약속했다지만…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업단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은 어떻게 이뤄내야 할지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대구 수성갑)은 2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답답한 속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대구, 김천 등 혁신도시 지역의 여론이 어떠냐"고 물은 뒤 한참 생각에 잠겼다.
이야기는 대구시의 비효율적 행정을 지적하는 쪽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대구는 밑그림만 그려놓은 수준이죠. 큰 프레임(frame)은 많은데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에 대한 담론도 없고, 방향성도 없습니다. '이곳은 이렇게 매력적인 투자처다'라고 설득할 근거도, 전략도 부재합니다. 정부 지원에만 매달린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첨단의료단지를 예로 들며 한 얘기다. 지난해 충북 오송과 함께 첨단의료단지로 대구가 뽑혔지만 선정 이후 성과가 하나도 없단다. 그는 "(첨단의료단지는) 분명히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움직여 낳은 합작품인데 일부가 자신의 공(功)으로만 돌리는 바람에 집적된 힘이 분산되는 낭패를 보고 있다"며 "이래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6·2지방선거로 흘렀다. 이 의원은 "대구의 금융고소득자 비율이 전국 3위입니다. 대구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17년째 연속 꼴찌죠. 이는 무엇을 말합니까? 대구를 움직이는 최상위층에게 대구는 변하지 않아도 살 만한 곳이라는 말이죠. 문제는 지역민들이 이런 현실에도 너무 얌전하다는 겁니다."
차기 대구시장 후보로 거명되기도 했으나 불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은 대구의 자치단체장이 겸비해야 할 덕목으로 ▷중앙과 긴밀한 네트워크 ▷CEO적 마인드 ▷리더십을 갖고 돌파할 수 있는 추진력을 꼽았다.
한나라당 내 대표적 경제통인 그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과 첨단의료복합단지의 밑그림을 그렸고, 유치를 위해서도 열심히 뛰었다. 대구 발전의 큰 그림을 2개나 그린 셈이다. 하지만 강한 소신에 따른 잦은 쓴소리로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바람에 지역 발전을 위한 여당 의원으로서 역할에 한계를 노출, '안타깝다'는 반응도 낳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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