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분양 사태속 '이상한 전세대란'

중소형아파트 물량 없어 이사철 수요자 수개월 대기 예사

"전세 살던 집이 팔려서 이사해야 하는데 두 달째 전세 아파트를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이석진(36·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범어동, 만촌동 일대에 중소형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위해 10여개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의뢰를 했지만, 한 통의 연락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3월 결혼 예정인 박모(32·대구 달서구 도원동)씨는 신혼살림을 꾸릴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해 고민이다. 그는 "다음달 중순까지 기다려 보고 전세를 얻지 못하면 당분간 처가에서 신접살림을 차릴 생각"이라며 "할인판매하는 미분양 아파트가 많지만, 대부분 중대형이어서 집값은 물론 관리비 부담이 많고 직장과 거리가 멀어 전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입학 및 전학, 결혼 등에 따라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세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전세난이 유례없이 심각하다.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교통과 교육환경이 좋은 편인 수성구 범어동·만촌동, 달서구 용산동·장기동, 북구 침산동 일대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사무소당 전세 대기자가 10~40명에 이른다.

북구 침산동 A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중대형은 전세 매물이 있지만, 중소형 평형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수성구 만촌동 B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대기자가 30여명에 이르지만, 이들이 찾는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 매물은 한 건도 없다. 사실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범어동 제니스공인중개사 이민환 대표는 "아파트 전세 물량이 부족해 지난가을·겨울 1억5천만원에 거래되던 범어동 일대 중소형 아파트 전세가 최근 2천만~3천만원 올랐다"고 전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권오인 이사는 "부동산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아파트 구입보다는 전세 수요가 월등히 많은 편"이라며 "이런 현상이 이사철과 맞물리면서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중심의 아파트 전세난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 이진우 지사장은 "전세 수요가 집중되는 1월 말~3월 말이 지나도 공급량 부족에 따른 전세난은 여전할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올해는 유례없는 전세대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대구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8천87가구(민간 부문)로 2009년 1만4천335가구, 2008년 2만7천266가구보다 각각 43%, 70%나 줄었다. 입주 물량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전세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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