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이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이제 막 스무 살. 인생의 새 봄길 위에 서 있는 이 아이는 수능을 준비하던 3학년 재학 시절 쓴 시들로 얼마 전 『생각하면 눈시울이』를 출간한 어엿한 시인입니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곳은 지난 여름, 지리산으로 향하던 청소년 문학캠프 자리였지요. 웃는 얼굴이 하도 맑고 환해서 처음 본 순간 연꽃을 닮았다 싶었는데, 그 아이는 나를 보며 "시인이세요?"라고 물어 왔지요. 그 순간, 그 아이의 빛나던 눈빛 덕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시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은이에게 시인은 세상을 맑게 비추는 귀한 사람인가 봅니다. 그 아이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아이가 시집을 냈습니다. 영혼에조차 상처하나 없을 것 같던 저 연꽃 같은 아이의 내면은 눈물로 얼룩진 상처 투성이였습니다. 그 환하던 아이의 눈빛 뒤에 숨겨진 아픔들이 시집 곳곳에서 발견되어 시집을 읽고 있던 제 눈시울도 붉어졌지요. 그러나 다은이는 세상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모성의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눈에 눈보다 큰 눈곱이 끼었다/얼마나 울었길래/닦아주지 못한 눈물이 모여서 그의 눈을/꾹, 막아 버렸을까"(「떠돌이 개」전문) 가족과 이웃을 넘어 세상 외로운 사람들의 상처도 들여다보고 감싸 안으려는 다은이는 떠돌이 개의 상처조차도 따스하게 보듬어 안으려합니다. 저 힘은 대지의 신 가이아에게 전해 받은 모성일까요? 그 아이를 아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다은이는 언제나 환하게 웃는 낯빛으로 다닌다고요. 아무도 모르는 상처로 얼마나 혼자서 많이 울었으면 환한 미소로 그 눈물을 꾹 막아 버렸을까요?
이제 스무 살, 아프고도 따뜻한 시집을 낸 다은이. "시인이세요?" 환하게 물어주던 다은이가 가는 시인의 길이 그토록 귀하게 빛날지 어떨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스무 살 내가 그러했듯, 그 아이는 그저 이 길을 갈 것입니다. 이 길 위에서 지치고 상처 받아 눈시울이 붉어지는 날도 있겠지만, 함께 가는 든든함으로 따스하게 젖어 아름답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날이 더 많기를 빌어 볼 뿐입니다.
입춘이 다가옵니다. 새 봄처럼 그 아이의 날들이 환하게 빛나기를 "눈에 들어오는 세상을 시에 담고 싶다"던 바람대로 그 아이의 삶이 시와 함께 빛나기를 빌어봅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이 길을 걷게 될 이다은 시인. 세상에 막 나온 다은이가 '이다은 시인'으로 인생의 봄 길을 타박타박 걷는 어느 날, 함께 그 길을 걷다가 우연처럼 우리 다시 만나는 날, 나는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 같은 그 아이에게 가장 빛나는 눈빛으로 "시인이세요?" 물을 것입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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