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귀농

'남쪽창에 기대 기지개를 편다/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집이지만 얼마나 편한가/ 날마다 정원을 거닐며 마음도 즐겁다/ 농부 찾아와 봄을 알리면/ 서쪽밭에 나가 일하고/…홀로 거닐며 좋았던 시절 떠올리고/ 때로 지팡이 세워놓고 김을 매고/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며/ 맑은 물 흐르는 곳에 앉아 시나 지으리.' 옛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이 '5두미의 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향리의 소인에게 절을 해야 하느냐'며 관리 생활을 박차고 나가며 지은 귀거래사의 일부다.

귀거래사가 오랜 세월 회자되는 까닭은 엄마품에서 편안하고 좋기만 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나그네라고 한 중국 시인 이백의 말처럼 길을 가는 것이 삶이라면 귀소본능은 출발지점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 희망을 가진 이는 돌아갈 곳으로 엄마 품을 떠올리고 삶에 지친 사람들은 '돌아갔다'고 표현되는, 삶 이전의 출발지 곧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40~50대 중년에겐 짙은 향수가 있다. 농촌 출신 중년들은 철없던 시절 고향의 따뜻함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막상 돌아보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마음에 남아 있는 고향과 현실의 고향은 같지 않다. 귀향을 원하지만 사람도 땅도 바뀌어 돌아갈 곳이 없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지난주말 서울역에서 농촌진흥청이 마련한 직장인 귀농 교육이 열렸다. 야간 교육인데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인생 2막 귀농열차에 탑승하세요'란 현수막 문구처럼 귀농대열에 합류하려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귀농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준비하라고 권유했다. 준비 없는 귀농은 이루어질 수 없다며 은퇴 뒤에는 농촌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다. 특강에 나선 한동수 청송군수는 '공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청송에서 사과나무를 가꾸라'고 권했다.

전문가들은 귀농 조건으로 먼저 배우자의 동의를 구하라고 한다. 동의 없는 귀농은 갈등만 만들 뿐이라고 한다. 귀농할 지역의 사계절을 미리 체험하라고도 충고한다. 풍광이 좋다고 귀농지를 선택했다간 후회하기 십상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조상 대대로 동리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든 농로나 마을길 수로에 무임승차하려는 사람으로 비쳐지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도시건 농촌이건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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