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봉사활동 점수를 위해서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함께 어울리다 보니 이젠 정이 들었습니다. 이곳을 쉽게 떠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상주시 냉림동 '다솜지역아동센터'(센터장 김영희).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는 무료 공부방이다.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하지만 방학 때는 아침부터 아이들이 몰려온다. 이곳은 35명의 초·중생들의 학교이자, 놀이터 역할을 한다. 방학 동안에는 자원봉사를 온 고교생 언니, 오빠들이 개구쟁이들의 선생님이다.
상주여고 2학년인 장지은(무양동)·김소연(무양동)·손지은(계산동)·최보혜(낙양동)·김지연(신봉동)·이지영(낙양동)양 등 6명은 영어, 수학은 물론 일본어도 가르쳐주는 멋진 선생님들이다. 함께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의 고민도 들어주는 '멘토' 역할까지 한다.
'유림이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시사 등에 관심이 있고, 안락사에 대한 뚜렷한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 현빈이는 게임에 적극적이고, 동우는 나이 어린 동생들과도 거리낌없이 놀아주고…'
초보선생 장지은양의 자원봉사 일지의 일부분이다. 자신이 돌보는 5명의 어린이들과 어울리며 아이들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다.
손지은 선생(?)은 "지난 여름방학 때 이곳에서 3일간 봉사활동을 한 것이 인연이 돼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 겨울방학 때도 또 찾아왔다"며 "평소 도서 동아리활동으로 봉사시간은 다 채웠지만,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일본어를 가르치는 김소연 선생은 "2주 남짓 생활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색하다. 아이들과 잘 친해보고 싶어 노력 중"이라고 속내를 밝힌다. 신문방송학과를 지망하고 있는 이지영 선생은 "초등학생 3~6학년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처음엔 가르치는 방법을 몰라 혼자 교재를 만들어사용했는데, 이젠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경북대를 졸업예정자 조현민(25.토목과)씨도 작년 말부터 '다솜'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요즘은 중3과 고1생들에게 선행학습을 시켜준다. 선생님이 꿈인데 이곳에서 일찌감치 교생실습을 하는 셈이다. 아이들은 마치 친동생처럼 대해주는 고교생 선생님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다솜 공부방은 2005년 문을 열었다. 처음엔 6명의 어린이들이 전부였다. 5년 만에 30여명으로 늘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공부하며 간식과 저녁식사까지 함께한다. 이곳에서는 공부는 물론 원예활동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한다.
다솜지역아동센터 김영희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를 둘러싼 환경들이 변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들도 바뀌는 가운데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난다"며 "다솜을 열어놓고 5년 동안 아이들의 눈을 보며 작고 느리게 앞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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