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터전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아이들끼리 부딪쳐 싸우는 일을 많이 보게 된다.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쟤가 무시하는 말을 했어." "나를 때리고 지나갔어." "난 조금만 그랬는데 쟤가 세게 때렸어." "장난으로 그랬는데 안 받아줬어." "내 말에 끼어들었어." "놀이에 하라고 시켜주지 않았는데 막 지 맘대로 해." 이렇게 다양한 이유들이 싸움의 시작이 된다. 그 결과 서로 울면서 난 아무 잘못이 없다고 버티기를 한다.
아이들 싸움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는다. 알고 보면 자신에게 더 많은 원인이 있어도 모른 체하고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떠넘긴다. 이런 문제를 풀 때는 두 아이 모두를 위로해 줄 필요가 있다. 정말 상대방이 미워서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만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두 아이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목소리 큰 아이 이야기뿐만 아니라 조용하고 소극적인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대개 아이들은 자신의 입장만 이야기할 뿐 상대방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두 아이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으론 모자란다고 판단될 땐 주변에 같이 있었던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그런 다음 두 아이를 불러서 서로가 맘 상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 누가 잘못했고 잘했는지 교사가 판단하지 않고 상대방이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이유를 알고 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감정이 풀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교사의 잘잘못에 대한 판단은 오히려 아이들 사이에 감정의 골을 더 깊게 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시절에는 자신에 대한 집중이 굉장히 중요하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자존감을 높이는 시기이다. 그 시기에는 자신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자기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남과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 서서히 남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시기인 것이다. 나 혼자도 좋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했을 때 더 좋다는 경험도 이 시기에 하게 된다. 또 하나는 다른 사람에 감정을 이해하는 연습도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꾸준한 반복을 통해 상황을 인식하고, '왜 그렇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것을 반복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들은 혼자 할 수 없다. 어른이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이다. 강압적인 전달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그 애는 이렇게 생각했다는데?" "너라면 어떻게 했을 거 같니?" 이런 질문들을 통해 아이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흔히 아이들은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한다. 싸우고 나면 그냥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싸운 이후에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난 다음에야 친해지는 것이다. 싸움 자체보다는 이후에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더욱 성숙해지는 기회를 갖는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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