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현지시간·시차 14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북쪽에 위치한 커뮤니티 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의료봉사단이 진료를 시작했다.
이 병원은 300병상 규모로 아이티에서 꽤 큰 병원이지만 시설은 열악했다. 침대 없는 병실이 많아 환자들이 병원 복도에 매트리스를 깔고 누워 있었다. 그나마 입원할 수 있으면 다행. 입원하지 못한 사람들은 병원 밖 천막에 누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막에도 들어갈 수 없는 팔·다리가 잘린 환자들은 천막에서 치료받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병원에서는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헝가리 등 전 세계에서 온 의료진들이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여러 나라 의료진이 일손을 도와 수술을 했다.
동산병원 봉사단은 1층에 있는 3구역을 맡았다. 봉사단 옆에는 미국과 일본 구호팀이 있었다. 봉사단은 환자 진료 팀과 약품 조제 팀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용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권명자 간호사는 다른 나라의 구호팀과 함께 수술에 나섰고, 손은익 신경외과 교수와 김윤년 심장내과 교수, 강철형 정형외과 교수, 배수진 간호사는 진료를 맡았다. 기아대책 자원봉사자인 최백숙 간호사와 강원식 약사도 일손을 보탰다.
병원 문 앞에는 환자들이 줄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병원에 들어올 수 있는 환자는 대부분 중증 환자들. 병원 측에서 환자를 구분해 각 구호팀에 배정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아이티 환자들이 병원 1층 봉사단을 찾았다. 봉사단은 밀물처럼 밀려드는 환자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봉사단을 찾는 환자들은 주로 골절상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또 지진으로 다쳐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한 환자들이 많았다.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환자들의 증상은 상당히 악화돼 있었다. 골절이 생긴 부위에서 고름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흔했고, 팔·다리가 절단된 환자도 많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가져간 목발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스마 데니즈(38·여)씨는 왼쪽 발꿈치를 다쳤으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그의 발꿈치 상처 부위에서는 고름이 나오고 있었다. 강철형 교수가 상처 부위를 소독한 뒤 깁스를 했다. 이 환자는 강 교수가 목발을 전달하자 고맙다며 좋아했다. 오세쥬 장 프랑소와(45)씨는 발목에 골절상을 당해 핀을 고정했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발이 퉁퉁 부어 있었다. 강 교수는 "지진 발생 때 치료를 받은 뒤 2주가 지나도록 상처를 소독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병원의 총책임자인 데이비드 로더릭씨는 "의약품과 의료장비를 가져와 열정적으로 치료하는 한국 봉사단의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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