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캐나다에서 1년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보지 못한 일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두고는 여러 가지 말들이 있는데, '살아 생전 꼭 한번은 가보라'는 말까지 들었다. 나 역시 자연의 장엄함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기에 가고 싶었지만, 캐나다에선 여러 가지 정황상 가지 못했다. 당시 나는 캐나다 서쪽 끝인 밴쿠버에 살았기 때문에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나이아가라까지 가는 것은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가기 힘든 코스였다.
당시는 봉사활동을 위해 캐나다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아가라까지 가는 이동 경비와 숙박비가 만만치 않아 비교적 가까운 로키산맥을 차선책으로 택했었다. 물론 가깝다고는 하지만 밴쿠버에서 버스로 11시간이나 되는 거리였지만 말이다.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에 갈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 친구가 나이아가라 여행을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던 것. 마침 함께 가기로 한 사람들이 평소부터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인데다 여건이 맞아떨어져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냉큼 그 행렬에 동참하기로 했다.
우리의 일정은 무박 3일로 정해졌다. 밤 버스로 출발해 11시간 동안 목적지를 향하여 달려간 후, 낮에는 폭포를 구경하고 다음날 새벽 비행기로 뉴욕에 귀국하는 코스였다. 가을이었지만 제법 쌀쌀해 두터운 파카를 챙겨 입고 출발했다.
여담이지만 미국의 버스에는 대부분 한겨울에도 에어컨을 틀어 놓는다. 승객에 대한 나름의 배려이지만 사실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은 얼어 죽을 뻔했다. 비단 우리가 탄 버스만이 아니라 그레이하운드, 메가버스 등의 버스들도 모두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에서 시외 버스를 탈 계획이 있다면 계절에 상관없이 몸을 덮을 만한 담요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라볼 수 있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미국과 캐나다 사이드이다. 우리는 그 중 조금 더 전망이 좋다는 캐나다 사이드로 넘어갔다.
11시간의 기나긴 버스 여행 끝에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은 관광객들을 끌기 위한 각종 광고물과 간판들이 설치돼 있었다. 폭포 근처로 다가가니 엄청나게 큰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귀가 울릴 만큼 커다란 물소리를 따라 가보니 눈앞에 펼쳐진 절경! 저 높은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와 그 물줄기가 바닥의 바위와 부딪치며 질러대는 시원한 비명이 가슴 속을 뻥 뚫어주는 듯했다. 게다가 폭포 주변에는 가을을 알리는 낙엽들이 무성하게 깔려 있어 또 다른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나이아가라케스타에 걸려 있는데, 예로부터 인디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백인에게 발견된 것은 1678년 프랑스의 선교사 헤네핑에 의해서였다. 신대륙의 대자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한때 세계 제1의 폭포라고 했지만 그 후 이구아수 폭포와 빅토리아 폭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현재는 북아메리카 제1의 폭포로 일컬어지고 있다고 한다.
폭포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나이아가라 폭포에 대한 소개를 해주는 4D관람관에서 홍보 영화를 관람했다. 그 후 폭포 바로 앞으로 나가는 배를 탔다. 말 그대로 폭포 바로 아래까지 가기 때문에 탑승객 모두에게 우비를 나누어주었다. 행여 카메라가 젖지 않을까 카메라를 비닐과 수건으로 꼭꼭 싸서 사진 찍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이외에 완벽하게 무장을 시켰다. 이윽고 배가 폭포 주변을 맴돌다 폭포 속으로 들어간다. 때아닌 물폭풍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 시원한 느낌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물이 흥건한 비닐을 벗어던지고 우리가 향한 곳은 KEG. KEG는 캐나다 브랜드의 스테이크 집이다. 마침 나이아가라 전망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멋진 곳이라 다소 무리를 해 가면서 그리로 향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멋진 광경에 모두들 탄성을 자아냈다! 좀 비싼 가격을 지불할 만하다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공항에서 노숙을 한 후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잠시나마 짊어진 많은 것들을 잊고 순수한 자연 속에서 숨쉴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가끔 삶의 무게로 흔들릴 때, 나이아가라 폭포를 떠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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