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가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한나라당내 친박계와 야당은 '원안 고수'로 맞서고 있어 세종시의 운명은 결국 국회 표결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20년 숙원 사업이었던 국가산업단지(달성군'포항시)를 비롯해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지만 '세종시 복병'으로 기대 효과가 반감될 위기에 처한 대구경북으로서는 이제 국회 결정을 숨죽여 기다리는 것만 남은 셈이다.
6월 2일, 민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열린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내세우며 1995년 도입된 지방선거가 5회째를 맞게 됐으며 몇년 뒤에는 지방자치도 성년을 지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지방 자치 현실은 아직 중앙집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치의 핵심인 '돈'과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79.2% 대 20.8%이다. 반면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의 재정지출 비율은 40 대 60으로 지방의 연간 총지출액이 163조로 중앙정부의 지출액(110조)보다 50조가 많다. 세원의 대다수를 중앙 정부에서 거둬 각 자치단체에 보조금과 교부금 등의 형태로 국비 지원을 하는 재정 지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 정부로서는 한푼의 돈이라도 더 타내기 위해 중앙정부에 목을 맬 수밖에 없고 대통령이나 장관이 지역을 방문하면 '이것 저것 해달라'며 읍소를 해야한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 지역 퍼붓기 예산 공방이 벌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을 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상위 10개국의 지방세 비율 평균은 32.7%에 이른다.
돈뿐 아니라 권한도 마찬가지다.
특별행정기관의 지방이양이나 자치경찰제 도입은 아직도 실행과제로 남아 있고 지역 발전을 견인할 대형 사업들은 '국책사업'이나 '국비지원사업'이란 명목 아래 전적으로 중앙 관료의 손에 사업 유무와 예산 지원 폭이 달려있다.
이제 다시 세종시로 돌아가보자.
세종시의 출발은 지방 분권이다. 중앙(수도권)이 독식한 권력을 지방으로 나눠주기 위해 여야 합의로 만든 지방분권 안 중 하나가 행정수도 이전안이며 '수도 서울'을 고수하기 위해 나온 것이 수정안이다. 중앙정부는 행정수도 이전 대신 국책사업 유치와 대기업 이전이라는 '당근'을 충청 지역에 제시했고 타 지방은 우리가 받을 당근이 딴 곳으로 간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중앙정부는 다시 적절한 '당근 배분'을 두고 고심하는 모양새로 세종시 문제가 전개되고 있다.
만약 지방정부가 백년대계를 위한 주요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수행 할 자주 재원과 권한을 갖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또 기업 환경이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양호하다면 대기업의 투자 결과에 각 지역이 일희일비 할 있도 없다.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천과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온 민선 단체장들은 곤혹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산 확보나 국책 사업 유치를 위해서는 관선 시절과 비슷하게 중앙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고 지방 선거때 표심을 고려하면 성난 지역 민심을 거스르기도 어려운 탓이다.
국회가 행정구역 통폐합과 기초의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 활동을 2월부터 시작했다. 행정구역을 이리저리 합치고 기초 및 광역 의원 수를 조정하기에 앞서 지방자치 제도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는 '돈과 권력 분배'를 우선 고민해 보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협 사회정책팀 차장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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