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대구의 혁신 성공방정식

헨리 포드 포드자동차 창업회장은 1929년 그의 저서 '나의 산업론'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다.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장례식을 했느냐 안 했느냐는 사소한 문제다. 안정성이라는 것은 시냇물에 떠내려가는 죽은 물고기와 같다. 이 나라에서 우리가 아는 유일한 안정성은 변화와 혁신뿐이다. 만약 목표를 성취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모든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모든 방법을 폐기하고, 모든 이론을 던져버려라."

지난해 LED TV를 출시, 미국시장에서 한때 시장 점유율 40%라는 사상 초유의 성과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의 성공비결 역시 혁신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에는 무게 중심을 고정해 어느 방향에서든 쉬지 않고 회전하는 회전체, 즉 혁신의 원동력인 자이로스코프(gyroscope)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불황 속에서도 모방전략(me too)을 넘어 시장개척자 전략(first mover)을 과감히 도입하게 했다. 그러나 영원한 1등 방정식은 없다는 판단 아래 지속적 혁신으로 삼성 TV의 신화를 계속 써나가겠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영국의 셰필드, 프랑스의 소피아 앙띠폴리스, 핀란드의 울루, 일본의 유후인 마을과 스웨덴의 시스타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이목을 받고 있는 성공지역들도 체계적인 혁신체계 구축에 바탕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역마다 특유의 차별적인 혁신비전을 설정하고 객관적인 역량진단과 함께 혁신주체를 육성했다. 나아가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 혁신전략을 지속적으로 이행'평가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처럼 어느 기업이나 지역 할 것 없이 혁신을 빼고서는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생존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우리 대구는 혁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보수적이라든가 폐쇄적'배타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그런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대구의 경제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1993년 지역내총생산(GRDP) 통계가 발표된 이래 단 한번도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전국 평균이 2천122만원인데 비해 대구는 1천359만원, 광주는 1천552만원이다. 또 우리나라 500대 기업에 드는 기업이 고작 5개에 불과하다. 1천대 기업 역시 18개뿐이다. 이제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는 것은 더 깊은 죽음의 계곡으로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하루빨리 대구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대구의 혁신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필자는 대구의 혁신 성공방정식으로 '창의성과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문화의 창출과 이에 대한 대구시민의 수용의 곱'으로 제시해 본다. 다시 말해 대구의 성공적인 혁신은 시민사회, 경제 및 정치 분야의 혁신문화 창출을 대구시민들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혁신문화의 창출과 관련, 시민사회는 하루빨리 개방성을 보여줘야 한다. 대구의 배타성이 연고주의를 고착화해 타지역 사람들의 정착을 어렵게 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대구에서 18년 동안 교수 생활을 하고 있어도 충청도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충청도 교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사는 이 사람은 대구를 어떻게 평가할까? 대구지역 타지역 출신 근무자들이 왜 자신들끼리의 모임을 결성하고 있을까? 글로벌 개방형 혁신시대에 외부인이라도 데려와야 할 판에 오히려 배척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니겠는가.

둘째,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하여 지역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경영혁신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인재를 유인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전통적인 관리방식을 버리고 변화와 기회를 선점하고 속도와 창의성을 제고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책임경영과 환경경영을 소홀히 하는 어떤 기업도 사회적 신뢰에 훼손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가 지역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 대구가 정치적 다양성을 수용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역사 이래 경쟁시스템보다 더 우수한 시스템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경쟁이 아닌 독점적 산업구조하에서는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쟁이 구매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킨다. 정치도 같은 논리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신진교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