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불멸 1'2권 / 이문열 지음/민음사 펴냄

영웅이기 전에 한 인간이었던 안중근

이문열 장편소설 '불멸'(1, 2권)이 출간됐다.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이 소설은 안중근 의사의 16세 때부터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선고를 받고 1910년 3월 26일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를 시간 순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안중근을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영웅쯤으로만 알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이 소설에서는 안중근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정치를 모르고 민족의식이 흐린 혈기 넘치는 청년의 모습,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 가톨릭에 귀의한 뒤 '호민'(護民)한다며 탐관오리의 폭압과 착취에 맞서는 과정과 이 과정에서 다소 무리해 보이는 고집을 피우는 장면도 보인다.

지방 호족인 아버지와 함께 동학군에 맞서는 의병을 모집해 동학군과 전투를 치르기도 한다. 의병을 유지하고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표회사(오늘날의 로또 복권과 같은)를 운영하기도 한다.

안중근은 개화파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청나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자면 일본 세력과 연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청나라, 일본 등 외세의 본질을 파악하게 된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국권 침탈이 가속화되자 안중근은 나라를 되살릴 민중 운동에 골몰한다.

흩어진 의병 세력들 사이를 오가며 단결을 촉구하던 그는 우덕순과 함께 하얼빈으로 오는 이토 히로부미 암살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작가 이문열 특유의 유려한 문체가 이번에도 힘을 발휘한다. 한 사람의 일생을 시간대별로 쓰는 소설이라 흥미가 떨어질 수 있음에도 작가는 작은 사건들을 잇달아 전개함으로써 독자의 시선을 붙들어 둔다. '작가관찰자' 입장 혹은 작가의 직접 개입을 통해 뒤에 벌어질 사건을 암시하거나, 인물들의 행동에 평가를 내림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이문열 소설에서는 흔히 작가의 이런 직접 개입이 보인다.)

지은이 이문열은 '안중근은 무슨 정연한 전기를 쓰듯 살았다. 단호하고 명확한 길을 한번 주저함도 없이 달려간 듯 보이는 그의 불꽃 같은 삶은 이제 우리 민족의 집단 기억에 불멸로 타오를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말한다.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안중근은 왜곡되거나 축소 은폐됐다. 왜곡의 선두에는 일본 제국주의가 있었고, 프랑스 외방전교회 신부들의 영향 아래 있던 가톨릭 조선교구가 있었다. 고루한 근왕주의자들, 모든 반역을 혁명으로 미화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얼치기 공화주의자들의 독선 역시 저마다의 안중근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역사의식과 배치되는 기억을 봉인해버렸다.'

안중근은 불멸의 영웅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 젊은이 특유의 어수룩하고 불확실한 세계 이해, 때때로 어설퍼 보이는 열정과 허세도 가졌다. 소설은 그러나 안중근이 누구보다 끼끗하고 뒤틀림 없는 삶, 나라와 사람을 향한 무한 애정을 갖고 살았음을 증언한다.

1권 408쪽, 2권 400쪽, 각권 1만3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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