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내 한 상점. "아이고마. 저승사자 또 납셨네." 25년간 견과류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수연(48·여)씨가 농을 건넨다. "어디 봐서 저승사잔겨. 장사는 잘 됩니까? 원산지 잘 지키지예." 몇 번의 농담이 오간다. 마치 오누이 같다.
농을 주고받는 이들은 다름 아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경북지원 조사원들. 설 명절을 맞아 선물 및 제수용품 등의 원산지 표시제 위반 단속을 위해 시장을 찾았다.
단속에 돌입한 조사원들은 호두, 고춧가루, 땅콩, 곶감 등의 빛깔을 꼼꼼히 확인한 뒤 원산지 표시 푯말과 비교한다. "국산 곶감은 받침이 둥근데 반해 수입산은 사각형으로 깎여져 있어요. 고춧가루도 국산은 검붉은 빛을 띠지만 수입산은 붉은 색이 나는 게 특징입니다."
조사원들은 1월부터 제수 용품을 판매하는 대구경북 도·소매업체, 백화점, 중·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여 왔다. 현재까지 쇠고기 10건, 돼지고기 7건 등 80건을 단속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5건)에 비해 조금 줄었다. 원산지 표시제와 쇠고기 이력제가 정착 단계에 들어선 데다 4천여명의 명예 감시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단속과 계몽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문시장은 원산지 표시제가 잘 지켜지고 있는 대표적 전통시장이다. 2인 1개조로 5시간 동안 40여곳의 상점을 샅샅이 훑었으나 원산지 표지제 위반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쇠고기 이력제 실시 이후 정육점 원산지 위반 사례가 급감하고 있다. 이날 조사원들은 휴대폰 하나로 쇠고기 이력을 추적했다. 휴대전화 6626번을 차례로 누르고 인터넷을 접속한 뒤 검색창에 쇠고기 개체번호 12자리를 입력하자 금세 사육자, 도축장, 도축일자, 등급 등이 화면에 떴다.
시장 끝자락 곡물 상점에 다다르자 또다시 농이 날아든다. "손님인줄 알았네. 3일전에도 왔으면서 그 사이 안 지킬까봐 또 왔누?" 조사원들은 또다시 참깨, 찹쌀 등 곡식류를 일일이 확인한다.
33년 베테랑 홍성철 조사 담당은 "서문시장은 대구 제1의 시장답게 원산지 표시제를 잘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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