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 이후 중앙로 상인들은 '죽을 지경'이라며 아우성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승용차 통행을 억제하면서 자가용 중심 생활이 일상화된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했고, 그 결과 상권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개통되면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대구시 청사진과 달리 폐점 시간을 앞당기거나 아예 중앙로를 빠져나가는 가게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대구시의 대책은 전무해 중앙로 상권 활성화를 건물주와 토지 소유주에게만 맡겨 놓고 있다.
◆상권 침체
구 제일서적 주변 12층 빌딩. 지난해 7월부터 입주한 사무실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있다. 주로 금융 계통 점포들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이 오히려 '독'이 됐다. 임차인들은 승용차 통행이 가능한 봉산육거리 등 주변 간선도로로 옮겨가고 있다. 그 결과 전용지구 개통 전 30% 수준이었던 공실률이 현재 65%까지 치솟았다. 12층 가운데 단 4개층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곳 관계자는 "금융 계통은 교통 접근성에 민감해 가장 먼저 빠져나갔다"며 "이번 달에도 사무실을 비우겠다는 곳이 있는데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네거리~대구역의 상권 붕괴는 더욱 심각하다. 택시 진입이 허용되던 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 직전까지는 밤 늦게까지 문을 열어둔 가게가 적잖았지만 지금은 오후 6시쯤이면 문을 닫기 시작한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일대에서 20년간 장사를 해온 진영선(54·여)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오후 10시 30분까지 영업을 했다. 택시가 다닐 때만 해도 오후 9시까지 했지만 지금은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며 "걷고 싶은 거리에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곳 상인 우영조씨는 "과거 대구의 대표 상권이었던 향촌동과 대구극장 주변의 권리금과 부동산 시세는 바닥을 긴다"고 혀를 찼다. 일부 가게는 권리금마저 없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귀띔이다. 상인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으로 주변 상권이 살아났다고 대구시가 자랑하는데 옛 대구극장 주변은 남의 일이다. 오후 5시 이후면 유령도시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 이전부터 영업해왔던 일부 유료 주차장은 아예 답이 없다. 승용차 주차 요금으로 맥을 이어왔던 탓에 영업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실제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유료 주차장 5곳은 문을 닫거나 용도를 변경해야 하는 처지로, 4일 시청 회의실에서는 유료 주차장 손실금 보상에 대한 설명회까지 열렸다.
그러나 주차장 업주들은 실망만 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현행법상 이사 비용을 포함해 최고 3개월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유료 주차장을 운영하다 폐업했다는 백승교(68)씨는 "대구시는 법만 내세워 주차장 업주들에게 죽으라고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돌파구는 없나
중앙로 상권 침체가 심화되고 있지만 대구시는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택시라도 다니게 해달라는 상인들의 민원이 폭발하고 있으나 대구시는 신중한 입장이다. 택시의 특성상 장시간 정차를 밥 먹듯 한다는 게 그 이유다. 대구시는 통행을 허가한 일반 차량에 대해서도 러시아워를 피해 다니도록 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 통행이 허가된 차량은 1천여대로 시간대별로 정해져 있다.
대구시는 또 중앙로 일대 건물과 상가 등에 딸린 부설 주차장의 용도 변경을 허가하며 소극장 등 문화공간 유치를 장려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지만 진전이 없다. 지금까지 용도 변경된 주차장은 모두 상업용으로 바뀌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상권 회복에 대해 협의한 사항이 전혀 없다"며 "상권 활성화는 건물주나 토지주에 맡겨 둘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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