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덜컹했네요." "겁이 나 죽는 줄 알았어요." "아이티 생각이 났어요."
9일 경기도 시흥 북쪽 8㎞ 지점에서 리히터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하자 온통 난리가 났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 2, 3초간 진동이 감지되면서 소방서와 기상청에는 전화가 폭주했고, 인터넷에는 자신의 경험담이 속속 올라왔다. 잠시간 몸으로 진동을 느낄 정도였지만 사람들의 공포감은 무척 컸다. 지난달 지진으로 16만 명이 죽은 아이티 참사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한국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매년 평균 40회의 지진이 일어나지만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 한 해 동안 60회의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이 수도권에서 일어났기에 온통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은 한국에서 종종 있었다. 1978년 충남 홍성에서 리히터 규모 5.0, 1996년 강원도 영월에서 4.5 정도의 지진이 일어났다. 2004년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경북 울진에서 리히터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 불안감을 더해줬다.
얼마 전 소방방재청이 아이티와 똑같은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수도권에서는 사망자 5만 명을 비롯해 모두 67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만 41만 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경기도 20만 명, 인천 4만 5천 명으로 아이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이 같은 이유는 높은 인구 집중도 때문이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70.5명/㏊로 전국 평균 인구밀도(4.8명/㏊)의 35.5배에 달한다. 흔히 빽빽하게 사는 도시의 대표격인 일본 도쿄(56.2명/㏊)보다 무려 3배나 높은 인구 밀도를 갖고 있는 도시다.
서울은 전국의 경제와 교육, 문화를 단숨에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존재지만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일어나면 순식간에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다. 만약 북한 사정이 급변하면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는 방사정포만으로도 불바다가 되고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수도권 중심주의자들은 공장과 행정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지 않으려고 온통 난리를 치고 있다. 더 큰 시야를 갖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박병선 논설위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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