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제 회생과 건전한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견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등 지방 경제계는 물론 경제연구기관에서도 이 같은 주장과 건의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중견기업 육성 대토론회'에서 "우리 경제가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로 양극화된 결과 질좋은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고 핵심부품 분야의 무역역조현상이 심각해졌다"며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다수 창출하기 위해 중견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토론회는 정장선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이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코스닥협회가 공동주관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혁신과 글로벌 지향성, 고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형 중견기업을 양성해야 한다"며 "중견기업이 자체 역량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의 성장 장벽을 해소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견기업의 범위와 관련해 종업원과 매출액 등 양적인 요소만이 아닌 수출 규모 등 질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AIST 김갑수 교수는 '우리 중견기업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한국의 중견기업은 전체의 60%가 전자, 자동차, 화학, 기계 등 6개 주력업종의 부품소재장비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수출비중과 R&D(연구개발) 투자 등 질적 경쟁력도 취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견기업 1천102개를 분석해 보니 중견기업의 90%가 R&D 투자비율이 3% 미만이었고, 86%가 수출비중이 3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출액 대비 R&D투자비율은 한국의 중견기업들이 평균 2.9%로, 세계적인 중견·중소기업을 지칭하는 '히든챔피언'이 평균 5.9%인 것에 비해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도 한국은 평균 13.3%로서 글로벌 히든챔피언(평균 61%)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실제로 중견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2002년만 해도 제조업 분야의 중견기업이 705개였던 것이 5년 후인 2007년에는 525개로 줄었다.
김 교수는 우리 중견기업들이 심각한 성장정체국면에 빠지게 된 이유로 ▷기업규모의 영세성 ▷수요 대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 ▷R&D와 관련한 리스크와 자금조달애로 및 전문인력의 부족 ▷중소기업 졸업에 따른 지원 급감과 대기업 관련 규제의 적용 등 제도적 요인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의 미래 모습"이라며 "정책지원을 통해 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촉진하고, 이것이 다시 중소기업을 자극하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전체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상의는 지난달 지식경제부 등 경제 관련 부처에 지방의 중견기업에 대한 세제, 각종 지원 및 보조금 등의 인센티브를 줄 것을 건의했다.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은 "지방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경영상태가 악화되거나 부도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바로 재벌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라며 "실제 대구에서는 IMF사태를 전후해 지역의 10대 기업 중 7개가 살아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견기업이 없으면 지방경제는 사막화된다"며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줄이려면 중견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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