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언쟁은 국민들에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그리 밝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집안에 있던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는 박 전 대표의 말을 대통령을 폄하하는 실언으로 규정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고 한다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전후가 잘린 채 보도된 대통령의 말에 대해 '강도' 운운으로 대응한 박 전 대표는 대변인 격인 의원을 통해 '그 말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고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드러난 모습으로는 언쟁으로 보이는 장면이며 두 분의 말은 국민들에게 발언의 진의보다는 온갖 억측을 낳게 한다.
정치의 대부분은 말로 이뤄진다. 한마디 말로 어려운 상황을 뒤집기도 하고 다 이긴 선거를 한마디 실언으로 망친 사례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청와대와 박 전 대표 간의 이른바 강도론을 둔 대응은 정치 지도자의 말과 행동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잖다. 정치의 요체가 감동이라면 두 분과 주변 사람들의 말다툼은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되레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만 낳게 한다.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갈등을 드러낸 책임을 따진다면 대통령의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청와대 참모와 박 전 대표를 주변에서 도우는 측근들에게 있다. 그러나 책임의 끝은 결국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두 분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두 분은 먼저 웃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누가 책임이 있는지, 누가 사과해야 하는지를 따질 단계가 아니다. 그래야 더 이상 창피와 구설을 막는다. 정치 지도자는 그래서 외롭지만 책임은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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