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감포에서 만난 석양의 낭만(사진)
바다는 여름에만 찾나요? 아닙니다. 바다의 묘미는 겨울에 있지요. '따르릉.' '떠나볼까?' 갑작스런 친구의 전화에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차에 올라탔지요. 우리가 향한 곳은 감포 앞바다. 중간에 들르게 되는 경주는 대구와 거리도 가깝고 저무는 해의 야경이 너무나 낭만적인 곳이지요.
조금은 매서운 바닷바람을 헤치고 감포에 도착했습니다. 감포는 아늑한 곳이죠. 통통배가 몇 척 떠있고 저 멀리 빨간 등대가 우리에게 손짓하네요. 한적하다 못해 쓸쓸함마저 느끼게 하는 겨울바다 여행이 참으로 좋아요. 때마침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경. 해가 서서히 저무는데, 복잡한 마음에 평안을 주는군요.
붉게 저무는 해가 지는 것인지, 떠오르는 것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붉네요. 답답할 때, 겨울 바다의 고독을 맛보고 싶을 때, 가까운 감포로 가세요.
유은정(대구 동구 신천3동)
♥아이들과 뒹굴며 신나는 눈장난
대구에는 눈이 안 온다는 아이들의 투덜대는 소리에 남편은 지리산으로 가서 하얀 설경을 보여준다고 공언했다. 반신반의하면서 겨울 방학이 되었고, 어느 날 남편은 휴가를 지리산행으로 결정했다며 예약표를 보여 주었다. 아이들은 드디어 눈을 볼 수 있다며 신이 났다. 떠나는 날 아이들도 스키복을 챙기면서 눈을 만질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대구를 벗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산과 들판에 하얀 눈들이 쌓여 있었다. 아이들은 엉덩이를 들썩거렸고 모두들 처음 눈을 보는 거 마냥 즐거워했다. 다음날 우리는 등산복을 챙겨 입고 노고단으로 가기 위해 안내 데스크를 찾았지만 노고단은 눈이 많이 와서 차량을 통제한다고 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차를 타고 화엄사로 향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 옆은 차도 사람도 많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밭과 산은 여전히 하얀 세상이었다. 한참을 가던 남편은 도로 옆에 차를 멈추더니 "얘들아, 눈싸움하러 갈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야! 신난다." 를 외치면서 차에서 내렸고 우리는 누가 아이인지 어른인지 모를 정도로 신나게 뛰어다녔다. 한참을 뛰어다니다 보니 몸이 젖어와 추웠다. 그래서 화엄사 가는 계획을 접고 숙소로 돌아와 컵라면을 사들고 방안으로 와서 컵라면 파티를 했다. 그날 저녁 남편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설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번 겨울여행은 계획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눈 구경은 맘껏 했다.
이유정 (대구 달서구 이곡동)
♥군불 지핀 아랫목에서 재잘재잘
겨울여행이라 하면 쓸쓸한 한 장면이 떠오른다. 유난히도 눈이 참 많이 내리던 어느 겨울이었다.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우리는 친구 이모집으로 놀러가기로 했다. 그곳은 청도로 가까운 곳이었지만 엄마 품을 떠난 여자아이 넷은 마냥 마음이 들떠 있었다. 친구 이모집은 작은 과수원과 목장을 겸업하고 계셨다. 그곳은 인적이 드문 시골로, 작은 냇가를 건너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 이모는 우리를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셨고 우리는 과수원으로, 축사로 뛰어다니며 새로운 것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게임을 참 많이도 했던 것 같다. 윷놀이를 해서 통닭 내기를 했지만 너무 멀어 배달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군불을 가득 지핀 따뜻한 아랫목에서 밤새 재잘거리며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이모가 건네주시는 젖소에서 막 짜낸 신선한 우유를 마셨다. 슈퍼에서 사온 우유와는 달리 비릿한 맛이 생소했지만 우리는 깔깔거리며 그 우유를 다 비워냈다. 우리는 그 이후로도 '절친'으로 자주 만났지만 각자 다른 대학에 진학하면서 연락이 뜸해졌다.
지난해 어느 날, 옛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네 명 친구 중 한 명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무척이나 똑똑한 친구였고 늘 짧게 자른 단발머리가 인상적이었던, 참 밝고 명랑한 아이였다. 한 번 연락이라도 해볼걸, 지난번 친구 결혼식에서 마주쳤을 때 어색해하지 말고 인사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 해 20년 전 겨울여행은 참 쓸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박정민(대구 북구 산격동)
♥처음 타본 스키…다리가 후들후들
요즘은 스키가 흔한 스포츠지만,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하더라도 스키는 접하기 쉽지 않은 고급 스포츠였다. 겨울방학이 되자 캐나다에서 1년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가 스키장에 가자고 성화였다. 나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스키장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친구는 캐나다에서 스키를 실컷 탔다며 나에게 가르쳐준다고 자신했다. 나는 그 친구만 믿고 스키장행 버스에 올랐고, 이런저런 스키 용품을 빌려 눈이 가득한 스키장 앞에 섰다. 처음 신어보는 스키 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는 나에게 친구는 '넘어져보라'고 했다. 넘어지니, 그 다음엔 '일어나라'고 했다. 어렵사리 일어나니 친구는 다시 넘어지라고 했다. 이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하더니 "이제 됐어. 가자!"고 했다. 리프트를 타고 친구를 따라갔다. 스키장 위에 서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곳은 제일 어려운 상급 코스였던 것이다! 스키를 단 한번도 타보지 못한 나를 친구는 최상급 코스로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러더니 휭 하니 스키를 타고 사라져버렸다. '나중에 보자'며. 위에서 보니 스키 코스는 너무나 무서웠다. 너무 높고 가팔라 다리가 후들거릴 뿐 아니라 스키어들의 자유로운 활강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나는 독한 맘 먹고 그 코스를 후들거리며 내려왔다. 그 다음날 나는 죽도록 몸살을 앓아야 했다. 당시에 친구를 한없이 원망했지만 덕분에 나는 스키에 자신이 붙었다. 이제 어느 코스를 타더라도 두려움은 없다. 올해는 아직 스키장에 다녀오지 못했는데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스키장을 한번 찾아야겠다.
정하준(대구 수성구 지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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