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쇼트트랙 국가대표의 산실로 이름을 떨쳤던 대구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대구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선수들이 진학하거나 취업할 팀이 지역에서 마땅하지 않은데다 빙상장 등 인프라까지 서울·경기지역에 비해 뒤지면서 이들 지역으로 대구 유망주들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구 선수는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의 김성일(경신고-단국대)이 유일하다.
전통적으로 동계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절반가량을 배출했던 여자 쇼트트랙의 경우 이번에 맥이 끊겼다. 김소희가 중학생 때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대구 쇼트트랙 국가대표 행진이 시작돼 지금까지 올림픽 무대를 밟은 지역 선수는 5명이나 된다.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소희-김양희를 시작으로 ▷1998 나가노 안상미(3,000m 계주 금) ▷2002 솔트레이크 최은경(3,000m 계주 금) ▷2006 토리노 진선유(3관왕)-최은경(계주 금, 1,500m 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밴쿠버에서 대구 출신 여자 선수는 없다.
남자 경우 2002 솔트레이크 이승재-민룡, 2006 토리노 서호진, 2010 밴쿠버 김성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안영만 대구빙상경기연맹 전무는 "대구에서 배출한 초·중교 유망주들이 인프라와 대우가 좋은 수도권 지역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구는 우수한 자질을 갖춘 코치와 유망주들이 여전히 많아 인프라 구축과 대학·실업팀 연계만 잘 되면 우리나라 빙상 국가대표의 산실이란 입지를 계속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구에서는 진학할 학교가 경신고·정화여고, 계명대뿐이라 유망주들은 단국대나 한국체대 진학을 위해 일찌감치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구에는 실업팀이 없어 지역의 스타급 선수들마저 경기도나 강원도 지역 팀에 몸을 담고 있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쇼트트랙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은 대구(파동)와 서울(동대문) 두곳뿐이었지만 이후 대전, 광주, 전주, 창원, 부산, 김해, 울산, 포항, 구미, 강릉, 춘천 등 전국 곳곳에 빙상장이 생겼으며 서울·경기지역에는 10여곳이 집중적으로 생겼다.
김철수 대구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지금까지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스타는 대부분 정화여중·고 출신일 정도로 대구가 강세를 보였으나 대학, 실업팀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약하다 보니 대구의 유망주와 스타들이 대구를 떠나고 있다"며 "이대로 나가면 앞으로 동계올림픽 국가대표는 물론 동계체전에서도 대구는 메달 따기가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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