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역 소방본부가 '미지급 초과근무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낸 전국 소방 공무원들에게 압박과 회유를 가하면서 소송 취하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대구경북 소방 공무원들과 소송 대리 법인(삼일)에 따르면 소 제기 이후 지금까지 경북도 130여명을 비롯, 전국2천여명의 소방 공무원들이 초과근무수당 청구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공무원들은 "소송 취하 사태는 '지자체별로 미지급 수당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제소 전 화해를 실시하라'는 청와대 지침이 촉발한 것으로 조직적 회유나 압박에 의한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는 소방관들은 월 평균 360시간의 살인적 근무시간에 시달리고 있지만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지급 초과근무수당은 2천823억원이며, 대상 인원은 7만1천312명, 1인당 미지급액은 1천188만원이다.
소방공무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줄소송에 나섰고 경북도 1천726명(소송가액 86억원), 대구시 736명(37억원)을 비롯해 전국 1만여명의 소방관이 소송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소송 제기 후 불과 두달도 안 돼 소송 취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130여명의 경북소방본부 공무원들 경우 위약금 100만원까지 물며 소송을 취하했다. 조직적 압력이 공공연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는 917명이 소송을 시작했지만 단 17명밖에 남지 않았다.
전남 소방 공무원들은 지난달 27일 "소송 진행을 방해한다"며 전남도 소방본부장 등 간부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경북소방본부의 한 소방관은 "조직적 회유 및 압박 여부는 소송 취하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면서도 "압력이 없었다면 위약금까지 물며 소송을 취하할 까닭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상명하복의 소방공무원 사회에서 인사나 윗선에서 근무 평점 얘기를 은근히 꺼내면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
경북소방본부 측은 "조직적 압력은 절대 없다"며 "소송을 취하한 이유는 조직을 위한 개인적 선택 아니겠느냐"고 해명했다.
소방 공무원들은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실에서 3개 부처가 모여 대책회의를 연 뒤 지역별로 제소 전 화해 조치를 독려했다'는 소방방재청 내부 문건이 발견된 점에 미뤄 조직적인 소송방해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소송대리인 송해익 변호사는 "제소 전 화해는 소송을 취하한 뒤 지자체와 소방 공무원들이 협의해 보상 금액을 결정한다는 의미로 소방 공무원들의 정당한 권리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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