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그린 대하서사극.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로버트 K. 매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살인마로 알려진 니콜라스 2세의 인간적인 측면과 황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1904년 슬하에 딸만 넷을 둔 니콜라스 2세(마이클 제이스톤 분)와 독일 출신의 황후 알렉산드라(자넷 수즈만 분)는 알렉시스 황태자의 탄생을 몹시 기뻐하지만 알렉시스가 혈우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슬퍼한다. 황후 알렉산드라는 시베리아 출신의 농부이자 수도자인 그레고리 라스푸틴이 죽어가는 알렉시스를 살려내자 알렉시스의 혈우병을 치료하기 위해 라스푸틴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황후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은 라스푸틴은 러시아 정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편 러시아에 혁명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니콜라스 2세는 부동항을 얻기 위해 일본과의 전쟁을 일으키지만 전쟁에서 패한 뒤 러시아 제국은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 러일 전쟁 패배 이후 굶주림에 시달리던 시민들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키지만 니콜라스 2세가 자리를 비운 사이 군대의 과잉 충성으로 600명에 달하는 무고한 시민들이 사살되는 '피의 일요일'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러시아 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황제의 가족들은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왕권신수설을 신봉하던 니콜라스 2세가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독일을 공격하기 위해 군대 총동원령을 선포하자 활발한 지하활동을 벌이던 공산 세력은 혁명을 꾀한다. 니콜라스 2세는 결국 황제의 자리를 포기하고, 레닌 주도의 볼셰비키 사회주의 공화국이 수립된다. 그 후 시베리아의 한 민가로 쫓겨나 엄격한 감시를 받으며 생활하던 니콜라스 2세의 가족들은 1918년에 모두 총살된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알렉시스의 혈우병 때문에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으며, 라스푸틴이 없었다면 레닌도 없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당시 러시아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니콜라스 2세의 삶을 생각하며 영화를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감독은 영화 '혹성탈출'과 '빠삐용'의 명감독 프랭클린 샤프너. 1971년 작. 방송 길이 183분.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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