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말도 마십시오. 손해는 손해대로 보고 눈 치우느라 온몸에 골병이 들었습니다."
53년 만의 '3월 폭설'로 대구경북 골프장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역 골프장들은 9, 10일 내린 폭설로 휴장을 할 수밖에 없어 이래저래 피해를 보고 있다.
경주지역 골프장들은 요즘 '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골프장 직원들은 며칠째 눈 치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도 13, 14일 주말 개장이 어려운 골프장들이 많다. 일반 도로와 달리 골프장은 잔디가 보온 역할을 하기 때문에 높은 기온에도 좀처럼 눈이 녹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눈을 치워야 한다.
보문컨트리클럽(18홀) 경우 눈 내린 지 나흘이 지난 12일까지도 휴장이 계속됐다. 골프장 전 직원과 경북관광개발공사 직원과 캐디, 일용 인부 등이 눈을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골퍼와 클럽을 싣고 다니던 카트는 꽁무니에 나무합판을 덧대 눈을 치우는 '제설차량'이 됐다. 나흘 동안 휴장한 보문CC는 이번 눈으로 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36홀의 신라CC는 피해가 더 크다. 4일째 눈을 치우면서 하루 평균 400여명의 내장객으로 북적이던 클럽하우스는 한산하다. 하루 평균 3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던 신라CC는 이번 눈으로 1억2천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인근의 경주CC와 태영 디아너스골프클럽 등도 각각 1억원씩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11개의 골프장이 있는 경주지역은 이번 눈으로 모두 10억원가량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보문CC 김용남 단장은 "천재로 인해 골프장이 입는 피해는 어쩔 수 없지만 이번 눈으로 겨울에도 언제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골프장 천국'의 이미지에 흠이 날까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경북 북부지역 골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예천 한맥CC와 안동 떼제베 이스트CC는 올 들어 몇 차례의 눈으로 영업에 타격을 받았다. 떼제베 이스트의 경우 지난달 이후 잦은 안개와 비, 눈으로 인해 새벽에 시작하는 라운딩을 취소하기도 했으며, 10일에는 오전 라운딩까지 모두 취소하는 등 이상기온에 따른 영업손실을 입고 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은 눈이 내릴 경우 잔디의 생육에도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제설작업 등으로 휴장하기 때문에 손실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번 눈으로 골프장뿐만 아니라 골프장 주변 식당가의 피해도 크다. 경주지역 골프장 주변 식당가의 매출 손실은 5억원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주시 북군동 한 순두부 식당 주인은 "골프장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주 내내 골프장이 영업을 하지 않는 바람에 손님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식당 주인들이 골프장에 가서 눈을 치워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비와 폭설로 골프장 휴업이 반복되자 라운딩을 하지 못하는 골퍼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이번 주말 골프장 개장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2일까지 휴장을 한 포항 송라면 오션힐스 포항CC에는 주말인 13, 14일 영업 여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대구 팔공CC와 경주의 디아너스CC도 13, 14일 영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팔공CC 관계자는 "눈으로 이번 주말 개장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포항·강병서 안동·엄재진 경주·이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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