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쌀쌀한 봄날씨와 강풍 속에서도 11일 성공적으로 열렸다.
이날 오전 대구의 기온은 영상 12, 13℃로 바람(초속 6m)까지 강하게 불어 매우 쌀쌀하게 느껴졌으나 지난해보다 2천명 가까이 많은 1만3천800여명이 출전해 대회는 성황을 이뤘다. 대회 기록도 남자부에서 데레사 침사 에대가 2시간8분45초로 우승하고, 여자부의 예시 에세이아스 테셈마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2시간30분44초의 대회 기록을 갈아치우며 2시간29분17초로 우승하는 등 국제대회 수준에 뒤처지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못했지만 국내 선수들의 선전도 돋보여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전망을 밝혔다. 지영준(코오롱)은 25km 지점까지 20여명의 선두 그룹 중앙에 위치, 바람에 몸을 노출하지 않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30km 지점을 지나면서 선두 그룹 6명 중 가장 앞서 달리기도 하는 등 독주 기회를 호시탐탐 엿봤다. 그러나 35km 이후 에티오피아의 에대가 치고 나가면서 선두 경쟁에서 밀렸고, 200m 정도 뒤지던 40km 지점쯤부터 스피드를 올려 막판 스퍼트하며 승부수를 띄었지만 벌어진 거리를 좁히진 못했다. 김영진(수원시청)도 23km 지점까지 지영준과 함께 선두 그룹을 유지하며 선전해 시선을 끌었다.
여자부의 이은정(삼성전자)도 30km 지점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는 등 좋은 레이스로 5위에 올라 2011대회 희망을 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해녕 조직위원장은 "날씨가 춥고 바람이 강해 선수들이 경기하기 힘들었지만 비가 오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며 "오늘 대회를 통해 남은 기간 훈련만 잘 하면 2011대회 마라톤에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선 외국인 초청 선수들의 심각한 국적 편중 현상과 함께 에티오티아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남자부의 경우 케냐 선수가 21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에티오피아 5명, 러시아 2명, 모로코·탄자니아 각 1명이었다. 여자부도 9명의 외국 초청 선수 중 에티오피아가 6명이나 됐다. 에티오피아는 남자부 1, 3위, 여자부 1~4위를 석권하며 이번 대회를 '자국 잔치'로 만들었다.
대구 시민의 대회 참여도는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일부 시민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민들은 교통 통제에 적극 동참했고, 길가에서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아낌없는 환호로 응원하며 대회 분위기를 살렸다. 그러나 일부 시민은 선수들이 달리는 코스에 뛰어들어 옆에서 함께 달리거나 코스를 가로질러 지나는 등 선수들의 레이스를 방해해 대회 수준을 떨어뜨렸다. 선수 레이스 집중 및 보호를 위한 대회 주최 측의 코스 진입 차단 등 통제 시스템의 개선도 숙제로 남겼다.
대구육상연맹 조영호 전무이사는 "대회 운영이나 기록, 한국 선수 성적 등 모든 면에서 성공적인 대회였다"며 "다만 일부 시민이 코스에 뛰어들고 선수를 따라 뛰는 등 통제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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