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초우량기업 순위에서 지난해 3위를 기록했던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올해 360위로 추락했다. 188위인 현대자동차보다도 훨씬 낮다.
도요타가 흔들린 결정적 원인은 '우리가 최고'라는 오만함과 '고객의 소리를 외면했다'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가속페달 결함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외면만 해오다 결국 잘못을 시인하고 대량 리콜에 들어간 것이다. 결함을 외면했던 데는 '우리의 기술력은 최고'라는 자만심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최근 금복주의 '이유있는 시장점유율 하락'(본지 3일자 2면 보도)을 지켜보면서 도요타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금복주는 지난해 12월 말 '100% 천연암반수'(대림생수)라고 광고했던 소주가 수돗물을 섞어 만들었다는 사실이 들통났다. 시민들은 믿었던 지역 기업의 배신에 경악했고, 분노했다.
이후 금복주 측의 대응 태도는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착잡하게 만들었다. 금복주는 사태 닷새 만에 "다시 대림생수를 사용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일반적으로 수돗물이나 지하수를 고도정수해 소주 제조를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수돗물을 고도정수해 제조한 제품이 대림생수를 사용한 제품과 비교해 품질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증됐다"며 변명을 늘어놨다. 금복주는 시민들에 대해 정중하고도 공식적인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2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을 때도 금복주는 "잘못 표기된 병 제품은 전량 수거했다. 회전율이 느린 일부 팩과 페트 제품만 공정위에 적발됐다"는 태도를 보였다.
시민들이 문제 삼은 것은 '물'의 문제가 아니었다. 소주에 사용된 물맛을 구분할 만큼 예민한 입맛을 가진 소비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수돗물' 사태의 핵심은 지역 기업에 대한 대구경북민들의 사랑을 저버린 '배신 행위'였고, 기업으로서는 해서 안 될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제 시민들은 금복주에 주었던 '외사랑'을 접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시장점유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53년 역사를 지닌 금복주는 '향토기업'을 내세우며 아직도 83.9%라는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에서는 최고'라는 자만심을 버리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진지한 반성을 해야 할 때다. 도요타 사장은 전 세계인 앞에 고개를 숙였고, 미국 의회 청문회에까지 참석해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적극적인 리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금복주가 명심해야 할 것은 세계를 호령하던 기업도 한순간에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가 무너질 수 있으며, 이것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몇%에 불과한 시장점유율 하락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지역의 대표 기업인 금복주가 이번 수돗물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고, 아픔을 기회로 발전시켜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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