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가슴 울리는 관현악'오르간 향기

20일, 대구문예회관 개관 20주년 대구시향 음악회, 24일, 이명신'김

여러 음악회들 중에서도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두 음악회를 소개한다. 작았지만 감동이 적지 않았던 김무섭의 작곡 발표회. 이 음악회는 10일 동서아트홀에서 씨날작곡원(회장 하종태)의 초청으로 이루어졌으며 피아노 독주를 위한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바라봄'과 현악 3중주를 위한 '날들의 날', 두 작품이 초연되었다. 김무섭의 작품 세계는 매우 독특한 예민함을 머금은 심미주의적 미학에 기초하고 있어서 청중들이 사뭇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1시간 동안 피아니시모와 간간이 흐르는 연주자들의 대화성 중얼거림, 그리고 단 한번의 포르티시모가 어우러지며 긴장의 연속이었던 현악 3중주곡을 청중들은 숨죽여 즐기고 있었다. 세 명의 경북대학교 음대 학생들로 구성된 연주자들의 연주 몰입도도 가히 상상을 초월하였고 작곡가 김진호 교수(안동대)가 연주를 맡아서 더욱 이채로운 연주회였다. 현대 우리 사회의 음악적 언어 연구와 사상의 정립과 현대 음악의 전도사 역할을 묵묵히 담당해 오고 있는 씨날작곡원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필자를 즐겁게 한 음악회였다.

그리고 지난 7일 열린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바그너의 선율'. 오랜 만에 대구에서 울려 퍼진 바그너는 여러 면에서 큰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제 바그너를 넘었으니 후기 낭만파 특히 말러, 부르크너 그리고 인상파를 징검다리 삼아 쇤베르그를 비롯한 20세기 불후의 명작들까지도 음악의 현장에서 만날 수 있겠다는 희망에 미소가 번졌었다. 연주 목록과 앙코르 연주였던 '발퀴레의 기행'에 이르기까지 마에스트로 곽승의 유려한 음악적 해석이 전해주는 음악 선물이 살갑게 다가왔었다. 또 한동일이 연주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이었고 앙코르로 연주된 슈베르트의 즉흥곡 내림사장조는 그 한 곡 만으로도 그날 저녁에 공연장에 간 보상이 될 만했었다. 음악적 성격에 따라 변화를 가지는 관현악 악기의 배치가 너무나도 신선했고 다음 연주가 기대된다.

20일(목)에 다시 곽승이 이끄는 시향이 대구문화예술회관 개관 20주년 기념음악회로 무대를 연다. 연주 목록인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과 특별한 언급이 필요 없는 김남윤 교수(한국예종)가 연주할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한 기대감이 또 한번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대구시향이 변하고 있다. '이번 시향의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구 공연계 한 모퉁이에서 급하게 일어나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오르간 음악의 번성. 1세대 대구출신 오르가니스트들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오르간 음악에 급속도로 다양성과 질적, 양적 변화가 일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24일 아담스채플에서 열리는 이명신(오르간), 김지혜(바이올린), 정유진(첼로)의 오르간 트리오 연주회는 특별한 시도를 한다. 피날레인 J. 라인베르거의 오르간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을 비롯해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 헨델의 바이올린 소나타, 그리고 필자가 작곡한 오르간 트리오를 위한 '절대 차원'(초연)이 준비되고 있다. 파이프 오르간의 울림과 어우러져 멋진 감동을 선물할 음악회라 확신한다. 서구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던 파이프 오르간 문화를 나의 생활 문화로 전환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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