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 이야기] 정규앨범'마초 뮤지엄' 발매 데프콘

잠든 남자의 야성 깨워주고 싶었다

'초식남' '메트로섹슈얼' 등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가 대세를 이루는 요즘이다. 몸매에는 남성미가 넘치고 행동에는 세심함이 담겨 있는 남자가 단연 인기다.

이런 세태에 반발이라도 하기 위해서일까. 래퍼 데프콘(본명 유대준'33)은 신보 '마초 뮤지엄'(Macho Museum)을 통해 '마초' 스타일의 거친 질감을 보란 듯이 드러내고 있다.

"힙합을 하는 형으로서 강한 것을 한번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니면 누가 이런 걸 하겠습니까. 남자다운 모습에 대한 끝없는 표현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래퍼'는 '이야기꾼'이니까 어떤 이야기든 풀어나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수록곡 '집에 가지 마요'는 제목 그대로 우연히 만난 여자에게 집에 가지 말라고 얘기하는 노래. 또 '섹스 미 이프 유 캔'(Sex me if you can)은 결혼 후 성생활에 흥미를 잃은 부부의 모습을 묘사했다.

'나는 못 떴어'는 유명 가수와 피처링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잘나가는 회사에 있지 못해 뜨지 못했다는 데프콘 자신의 자조적인 얘기를 거칠게 담았다. 논란이 많은 노래 '그녀는 낙태 중'은 인터넷 방송 여성 BJ(Broadcasting Jockey)의 문란한 사생활을 그렸다. 모든 수록곡의 가사는 거침없고 솔직하다.

"심의에 대한 걱정은 어차피 안 했어요. 어차피 지금 가요 시장에서는 타이틀곡만 관심을 받잖아요. 그러니까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은 마음대로 했죠. 요즘 남자들이 남성미를 다 잃고 살더라고요. 다 주눅 들어 살고요. 힙합이 남성적인 음악 아닙니까. 힙합을 통해 잠든 현대 남성의 야성을 깨워주고 싶었습니다. 가사에 담긴 얘기는 꼭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것들이에요."

대부분의 수록곡들이 거침없는데 반해 타이틀곡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은 꽤 얌전하다. 레이싱 모델 구지성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구지성이 녹음실에 놀러 왔기에 테스트겸 노래를 시켜봤는데 잘 하더라고요. 구지성은 끼도 많고 같이 무대에 서는 것도 좋아해요. 구지성과 함께하는 게 노래를 띄우려는 전략은 아닙니다. 전 전략 그런 거 안 세워요. 그냥 듣고 좋으면 하는 거죠."

'마초 뮤지엄'은 12트랙이 담긴 정규 앨범이다. 어려운 시기에 정규 음반을 낸 이유를 물었다.

"일단 시간이 많아서 정규 음반을 준비했습니다.(웃음) 어차피 한두 곡으로는 나를 보여줄 수 없어서 정규 음반을 냈죠. 내 앨범은 소장 가치가 높아요."

데프콘은 이번 활동을 하며 외모에 많은 변화를 줬다.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던 펑키한 퍼머머리를 잘라버리고 짧은 헤어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살도 많이 뺐다. 180㎝의 키에 100㎏이던 몸무게를 25㎏이나 감량했다.

한결 말쑥해진 데프콘은 "이제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할 거다. 연애가 쉽진 않지만 요즘 자꾸 연애가 하고 싶다"며 "조그마한 집이라도 하나 장만하면 마흔 살에는 결혼도 할 생각이다"고 멋쩍게 웃었다.

데프콘은 재치 있는 언변 때문에 가끔 개그맨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많이 눈에 띈 덕분이다. 데프콘은 그런 주변의 시선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예능으로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고 싶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래퍼 데프콘의 음악만큼이나 가치가 있어요. 이번 음반을 만든 원동력도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예능 프로그램 덕분에 얼굴도 많이 알렸죠."

데프콘의 예능 프로그램 예찬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애드리브와 순발력이 뛰어나야 살아남죠. 그런 점에서 유재석씨는 정말 뛰어난 예능인입니다. 더 말할 나위가 없어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출연하면서 새로운 정기를 얻습니다. 이야기꾼인 저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감성을 얻고 새로운 것도 착안하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제 자신이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 들어요. 예능계는 생존 경쟁도 치열하지만 의리도 깊어요. 나는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에는 '아 정말 어렵구나' 하는 게 느껴집니다."

데프콘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쉽진 않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상에 영원한 꼴찌는 없잖아요. 저는 음악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왔고, 예능 프로그램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지금처럼 열심히만 하면 잘 될 것 같습니다."

"요즘 모터사이클을 즐겁게 타고 있다"는 데프콘은 쓰고 온 헬멧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인터뷰를 했다. 유명 브랜드인 그의 헬멧은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이다. 그가 입은 옷 역시 라이더를 위한 보호 의상이다. 집은 없어도 차와 모터바이크는 있다는 데프콘은 "인생이 원래 다 '가오'(체면을 뜻하는 일본어) 아니겠느냐"며 '마초 뮤지엄'의 삶을 일상에서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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