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술자리는 피하기 어렵다. 한잔 두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과음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다음날 찾아오는 숙취도 고생스럽다. 이럴 땐 땀을 뻘뻘 흘리고 코를 풀어가며 먹는 뜨끈뜨끈한 해장국이 제격이다. 한국전력 대구사업본부 전략경영실 직원들은 회식을 한 다음날 어김없이 회사 맞은편 '속풀이곰탕'(대구 북구 노원동 1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지난해 7월 문을 연 곰탕 전문점으로 본점인 황금점에서 직영하고 있다. 본점인 황금점은 3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 소문난 맛집이다. 40년 동안 설렁탕과 곰탕만을 해온 노남순(63'여)씨의 맛에 반해 점심 때면 손님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이곳 북구청 직영점 주인인 강경호(42)씨는 원래 건설회사에 다니다 장모인 노씨의 권유로 직영점을 차렸다. 노씨는 일주일에 2, 3번씩 이곳을 찾아 여러 가지 비법이나 노하우, 음식점 관리 등을 전수해주고 있다고 한다.
전략경영실 직원들과 함께 이 음식점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설렁탕을 주문했다. 설렁탕이나 곰탕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깍두기와 김치다. 오준호(31) 대리가 "특히 이집 깍두기와 김치가 맛있다"고 귀띔했다. 깍두기와 김치를 먹어 보니 아삭아삭하고 단맛이 입안을 감돌면서 감칠맛이 났다. 이 집 깍두기와 김치 맛의 비결은 새우젓갈에 있었다. 충남 강경에서 곰삭은 새우젓을 들여오는데 그 맛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김치는 매일 오전'오후 2차례 정도 겉절이로 담그고 깍두기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대량으로 담아 숙성시킨다.
드디어 설렁탕이 나왔다. 우윳빛 맑은 국물의 설렁탕 안에 주먹만한 국수가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자 약간 단맛과 함께 마치 우유를 넣은 듯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고기를 씹는데 소 특유의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명재(48) 전략경영실 팀장은 "이 집 설렁탕은 옛날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라며 "어떤 식당은 국물이 연하면서 합성조미료가 섞인 것 같은 맛이 나기도 하는데 이 집 국물은 담백하면서 진하고 깔끔하다"고 말했다. 김연정(36'여)씨도 "원래 누린내 나는 음식은 입에 대지 못하는데 이 집 설렁탕과 곰탕은 냄새가 나지 않아 자주 먹는다"고 했다.
하루 한두끼는 외식하는 만큼 직장인들 중에는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많은데 이 집은 국물이 맛있는데다 반찬도 푸짐하게 줘 불평하는 손님을 찾기 힘들다. 어제 과음을 했다는 오 대리는 설렁탕 한그릇을 비우고 나서야 "이제 좀 살 것 같다"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오 대리는 "이 집 국물은 물리지가 않고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난다"고 했다.
국물 맛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강 사장은 "우수한 재료 선정과 불 조절"이라고 자신했다. 이집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수십년째 고령축산 21번 중매인에게서 들여온다. 한우1등급으로 믿을 수 있다는 것. 사골을 삶는 과정도 중요하다. 너무 오래 삶으면 누린내가 나고, 삶는 시간이 너무 짧아도 진한 국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 집에서는 더도 덜도 아닌 24시간 정도 삶는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센불로 하다가 중간불로 낮추고 나중에는 약한 불로 조절해 준다. 불 조절을 통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내는 국물이 탄생한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깨끗한 주방 환경이다. 주방이 공개돼 있는데다 삶는 대형 통도 알루미늄이라 위생적이다. 오 대리는 "곰탕을 맛있게 하는 집에 가 보면 상당수가 비위생적인 데 반해 이곳은 시설이 깨끗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개업한 지 아직 일년이 안 됐는데 이미 단골이 많이 생겼다. 강 사장은 인근에 자리한 경찰서나 국세청, 세무서 등 많은 관공서의 장부를 보여주며 "점심뿐 아니라 고정적으로 저녁 배달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설렁탕(7천원), 순댓국(5천원), 꼬리곰탕(1만원) 등. 053)353-1133.
◆추천메뉴-'소수육' 꽃등심처럼 부드럽고, 느끼하지 않고 담백
보통 수육 하면 돼지를 생각하기 쉽다. 물론 이 집에서도 돼지수육을 판매하지만 그보다 소수육이 일품이다. 소수육이라고 하면 누린내가 나기 쉬운데 이 집의 소수육은 전혀 그런 걱정이 없다. 한우 양지머리 고기와 소머리 고기, 소양 등 3가지가 섞여 나온다. 육질이 딱딱하지 않고 마치 꽃등심처럼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도 난다. 소양 또한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이 집 고기들은 모두 한우1등급으로 2, 3일에 한차례씩 고령축산 21번 중매인에게서 가져온다. 냉장 보관해 두었다가 수시로 조금씩 조그마한 통에 삶는다. 한우 양지머리 고기는 1시간 30분, 소머리 고기는 2시간 30분, 소양은 3시간 정도를 삶는다. 이때도 센불에서 중간불, 다시 약한 불로 조절하면서 고기에 있는 잡내를 없애준다. 대(大) 2만5천원, 소(小) 2만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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