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번후보 "잘됐다"… 타순위 "로또냐"

대구시 교육감 등재순서 추첨 희비 교차

14일 오후 5시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대구시교육감 선거 투표용지 등재 순서 추첨을 앞두고 후보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등재 순서 1번을 뽑으면 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지지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후보자들은 자신에게 행운이 따라주길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본 추첨에 앞서'누가 먼저 추첨할지'를 뽑는 예비추첨 결과 김용락-유영웅-정만진-박노열-신평-우동기-윤종건-김선응-도기호 후보 순으로 결정됐다.

본 추첨에 들어가면서 한명씩 추첨을 했지만 등재순서 1번이 계속 나오지 않자 장내는 긴장의 도가니였다. 일부 후보는 합장을 하거나 성호를 그으면서 추첨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첫 번째 추첨자인 김용락 후보가 5번을 뽑고, 유영웅 후보가 7번, 정만진 후보가 6번을 뽑아들자 나머지 후보들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반면 이미 추첨한 후보들의 얼굴빛은 잿빛으로 변했다. 네번째 추첨자인 신평 후보는 마지막 등재순서에 가까운 8번을 뽑자 눈을 질끈 감으며 자신도 모르게 "어이쿠"라고 낮은 탄성을 지었다. 7번째 추첨자인 윤 후보가 마지막 번호인 9번을 뽑자 남아 있던 김선응, 도기호 후보의 얼굴은 상기됐다."파이팅"을 외치며 등장한 김 후보가 추첨 통에서 빼든 자신의 손에 첫번째 등재가 기재된 구슬이 나오자 펄쩍 뛰며 자신의 지지자와 얼싸안고 기뻐했다. 마지막 순서의 도기호 후보는 50%의 희망이 날아가자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첫번째 등재 구슬을 손에 든 김선응 후보는 마치 당선이라도 된 듯 자신의 지지자들과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김선응 후보의 격렬한 세레모니가 진정될 즈음 장내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다른 후보자들은 애써 태연함을 보이며 이성을 되찾았다. 7번째 등재되는 유영웅 후보는 "투표용지 등재 순서는 선거 결과와 아무런 상관없다. 나는 처음부터 첫번째 순위를 뽑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만큼 선거 과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9번째 등재되는 윤종건 후보는"앞으로 남은 선거일정에 전혀 차질이 없다. 오히려 더 분발할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6번째를 뽑은 정만진 후보는 "내가 첫번째를 뽑으면 다른 후보들이 대거 사퇴해 재미없는 선거가 될까봐 오히려 첫번째로 당첨되는 것이 두려웠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추첨 결과에 따라 일부 후보가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9명의 후보 모두 막판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등재순서 추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일부 후보들은 첫번째 등재 순서를 받을 경우 10%이상의 지지율 상승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첫번째 등재 프리미엄'에 대한 회의감을 표시했다.

유영웅 후보는 "대구시 교육감이 로또 당첨되듯이 해서 되느냐. 묻지마 투표가 진행된다면 이로 인한 폐단은 고스란히 대구시민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우동기 후보는 "이번 교육감 선거제도는 참 희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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