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수기업 콘고구미(578년 창업·건축회사)가 있다.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만 해도 무려 5만개가 넘는다. 100년 이상 되지 않고는 장수기업이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독일에는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800여개에 이른다. 이들 장수기업 중에는 세계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이른바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500여개나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은 두산(1896년 창업), 동화약품공업(1897년 창업), 몽고식품(1905년 창업) 등 3개뿐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장수기업이 왜 많지 않을까. 독일과 일본에서는 가업승계를 통해 장수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통해 글로벌 장수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견과 과다한 세금이 장수기업 장애요인
국내에선 가족기업이 전체기업의 70%, 고용기여도에서는 67% 등 국민총생산 및 고용창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현재 기업인들의 60%가 경영권 승계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고령화돼 있고, 이 중 75%는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가업승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가업승계를'부의 대물림', '족벌세습'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 가업승계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준다고 하면 족벌세습이라고 비난하는 풍토입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가업승계를 하면 많은 세금을 물립니다. 이런 여건에서 명문 장수기업이 나올 수 없습니다."(대구의 기계부품업체 대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표준기업 기준·표준기업은 사업경력 20년 된 1천800여개의 평균)이 가업을 승계해줄 때 무는 상속세는 19억6천여만원으로, 프랑스(4억5천만원)의 4배, 독일(6억4천만원)의 3배에 이른다. 과중한 조세부담이 가업승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기업들을 상대로 '가업승계가 어려운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78.2%의 기업들이 '과중한 조세부담'이라고 답했다.
◆가업승계 지원나섰지만, 아직 미흡
가업승계 기업들은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OECD 평균 최고세율(26.3%)의 2배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라며 "상속세 폐지 및 감면을 통해 명문 장수기업이 탄생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고용 유지·창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정부가 가업승계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가업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최대 100억원까지 가업상속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장기간 분납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또 가업승계 주식은 증여재산가액에서 5억원을 공제한 뒤 10%의 낮은 세율로 증여세가 과세되고 중소기업 최대주주의 주식에 대해서는 할증평가를 배제한다. 이 경우 요건은 가업을 10년 이상 영위한 60세 이상의 부모로부터 18세 이상 거주자가 가업승계 목적으로 해당 가업주식을 2010년 12월 31일까지 증여받고 적법하게 가업을 승계한 경우에 적용된다.
일반상속재산은 5년간 분할납부할 수 있지만 가업상속재산 비율이 50% 이상이면 3년거치 12년간, 50% 미만이면 2년 거치 5년간 세금을 나눠 낼 수 있는 등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잘 이용하면 유익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은 다른 국가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호주,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웨덴, 홍콩, 싱가포르 등은 상속세를 폐지했다. 독일과 일본 등은 가업승계 때 상속세 납부를 일정기간 유예 후 조건충족 때 면제해 세금부담 없이 경영에 전념토록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상속세 7년간 유예 후 일자리 93% 유지할 때 85% 면제나, 상속세 10년간 유예 후 일자리 100% 유지할 때 100% 면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비상장주식 상속세 5년간 유예 후 일자리 80% 유지할 때 80%를 면제해 주고, 비상장주식 증여세에 대해서는 전액 납세 유예를 해 주고 있다는 것.
국내 가업승계 기업들은 가업승계 때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독일, 일본의 사례처럼 세금납부를 일정기간 유예 후 요건충족 때 면제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한국OSG㈜ 정태일 회장은 "가업 승계를 통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이에 따른 고용유지와 일자리를 창출하면 국가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익THK 진영환 회장도 "국내와 외국자본이 합작한 회사는 상속세를 많이 내면 경영권이 외국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면서 "어렵게 키운 국내 기업들을 외국기업들에 넘어가지 않게 하려면 일정기간 고용유지를 계속하면 상속세 감면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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