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본지 이웃사랑 제작팀, 시각장애 할머니에 새 보금자리

"손녀 공부방 생기는 게 제일 기뻐요"

앞이 보이지 않는 최이선 할머니에게는 여덟살 손녀 정하가 눈이나 다름없고, 정하에게는 할머니가 유일한 가족이다. 낡은 시골집에 살며 먹이고 씻기는 것조차 힘든 삶. 할머니는
앞이 보이지 않는 최이선 할머니에게는 여덟살 손녀 정하가 눈이나 다름없고, 정하에게는 할머니가 유일한 가족이다. 낡은 시골집에 살며 먹이고 씻기는 것조차 힘든 삶. 할머니는 "정하가 중학교 갈 때까지만이라도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이달 14일부터 ㈜캐프 임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원들이 최이선 할머니댁 새집짓기 사업을 시작했다. ㈜캐프의 고병헌 회장은 부족한 비용 1천500만원을 부담하는 한편 직원들과 함께 직접 집짓기 봉사에 나섰다. 사진 가운데가 고병헌 회장.

"지지리도 박복한 내게 평생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너무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네."

지난해 12월 2일자 본지 이웃사랑 코너에 사연이 소개됐던 최이선(73·상주시 병성동) 할머니. 1급 시각장애인인 할머니는 낡은 시골집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외손녀 정하를 데리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런 최 할머니에게 난데없는 행복이 찾아왔다.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이 할머니에게 새집을 선물하기로 결정한 것. 이제 보름 정도만 견디면 번듯한 새집의 주인이 된다. 최 할머니는 "평생 살아온 날 중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연방 눈시울을 붉혔다.

최 할머니의 새 보금자리를 만드는 일에는 자동차부품 선도기업인 ㈜캐프의 고병헌 회장이 앞장서고 있다. 이웃사랑 제작팀은 지난해 12월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하고 모금된 1천300만원 남짓의 성금을 바탕으로 집짓기를 도와줄 수 있는 후원자를 물색하던 중 캐프의 고 회장을 만나게 됐다.

부족한 금액과 살림살이 장만 비용까지 1천500여만원을 캐프의 고 회장이 모두 부담하기로 하면서 집짓기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최 할머니의 애틋한 사연을 들은 고 회장은 지난 4월 현장을 직접 둘러본 뒤 선뜻 지원을 승낙했다. 고 회장은 "캐프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뭔가 이웃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인근에 이렇게 어려운 이웃이 있는 줄 알게 됐다"고 했다.

이달 14일부터 대대적인 집짓기 공사가 시작됐다. 캐프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대원 20여명은 가장 먼저 할머니의 살림살이를 인근 마을회관으로 옮겼다. 동사무소 직원들과 마을 사람들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나서 일을 도왔다.

사실 할머니가 살던 집은 6·25 직후 급하게 지었던 난민주택이었다. 건축허가조차 얻지 못한 무허가 건물이었다. 더구나 시골집 구조는 시각장애인인 할머니가 살기에는 너무나 불편했다. 방문 턱이 높아 할머니는 늘 넘어지고 부딪혀 무릎이며 허리가 성한 곳이 없었다. 할머니는 "연탄 불구멍을 맞추질 못하니 수시로 불이 꺼져 겨울이면 냉방에서 지내야 했고, 수도꼭지가 얼어 손녀 세수조차 시킬 수 없는 날이 많았다"며 "부엌을 드나들기가 겁이나 아예 식기는 마당에 꺼내두고 밥을 지어먹다 보니 늘 국과 밥에는 먼지가 범벅이었다"고 했다.

고 회장은 지난 주말 동안 현장에 나와 공사를 진두지휘했다. 집을 허물고 터다지기 작업을 하는 과정을 지켜본 고 회장은 "집이 들판을 향해 반듯하게 세워지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새집은 35㎡ 규모의 앙증맞은 스틸하우스로 지을 예정이다. 상주에 있는 대경산업에서 이미 발주했다. 터가 다져지는 대로 집을 옮겨온 뒤 마무리 작업을 하고 새로운 살림살이를 갖추면 공사가 완공되는 것.

최 할머니의 소원대로 정하의 작은 공부방도 만들어진다. 고 회장은 "어린 정하가 예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기왕이면 빨간 지붕을 가진 '언덕위의 하얀 집'으로 지을 생각"이라며 "힘들게 살아온 할머니와 정하에게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생기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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