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교육감 후보 9명, 유권자 눈길끌기 진풍경

9명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구시교육감선거 후보들이 내건 현수막들. 위로부터 등재 순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9명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구시교육감선거 후보들이 내건 현수막들. 위로부터 등재 순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6·2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모두 여덟 번을 투표해야 한다. 투표 순서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광역과 기초의원 등 4종을 먼저 투표한 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그리고 광역과 기초의원, 비례대표 등 4종에 투표한다.

"투표로 말하세요"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홍보 슬로건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무슨 선거가 치러지는지, 누가 어디에 출마하는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투표용지에서 아는 사람 이름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다. 게다가 시장, 도지사 선거 열기가 예전만 못한 탓에 선거에 대한 관심도도 낮아 유권자들의 선거를 바라보는 눈길은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무덤덤하다.

그 때문에 9명이나 출마하는 대구교육감선거는 여덟 번 가운데 맨 먼저 투표하지만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무응답이 절반을 넘는다.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몇몇 후보를 제외하면 미미하다.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의 TV토론회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할 정도다. 선거법상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지지율 5% 이상의 후보자들만 토론회에 참가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방송사에서는 토론회 성사를 위해 선두권 후보자를 찾아 지지율이 낮은 후보의 참석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유권자들의 관심도는 여전히 낮다. 로고송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선거운동원들의 율동 섞인 인사도 곳곳에서 만나지만 어떤 후보의 선거운동인지 구분하기 힘든다. 유권자들은 그냥 바라보고 지날 뿐이다.

다들 내로라하는 경력을 가진 기라성 같은 인물이지만 투표일은 열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이름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그래서 9명의 후보들은 마지막 희망을 플래카드에 온통 걸었다. 대 유권자 노출도에서 최고의 홍보 수단으로 보고 있다.

대구 시내 주요 길목, 그것도 가장 눈길을 받기 쉬운 곳은 어김없이 교육감 후보들의 차지다. 다른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현수막은 뒷전이다. 길목잡기 경쟁 1라운드가 그만큼 치열했다.

이제는 한 글자라도 더 읽고 잠시라도 더 볼 수 있도록 하는 2라운드 아이디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뇌리에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다. 각 선거 캠프의 전략가, 선거광고기획사의 카피라이터의 아이디어 '액기스'가 플래카드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투표용지 등재순위 1번인 김선응 후보는 '대구교육 1등으로'를 구호로 내걸었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1번을 앞세우는 것처럼 1번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플래카드 색깔도 흰색과 함께 한나라당 색깔인 파란색을 조합했다.

등재순위 두 번째인 박노열 후보는 교육학박사에다 진로적성전문가임을 내세웠다. 그리고 '두'라는 글자에 강조점을 두어 9명의 이름이 등재된 투표용지 두 번째 칸에 기표해주기를 기대했다.

세 번째인 우동기 후보는 흰색 바탕에 짙은 파란 색 글씨로 '우동기'이름을 크게 강조했다. 전 영남대학교 총장을 옆에 실었다. 대구교육의 분위기를 바꾸자는 취지의 '바꿉시다'라는 구호는 싣지 않았다. 이름과 영남대 총장 이력이 최대 강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이곡중학교 교감 출신인 도기호 후보 역시 군더더기 표현 없이 대구교육의 학력 저하에 착안, '공부합시다'를 후보 이름 옆에 표시했다. 학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는 의미에서다.

다섯 번째인 김용락 후보는 투표 용지의 중앙에 자신의 이름이 표기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가락 다섯개를 모두 표시해 '오 직 한 복 판'이라고 쓰고 '오'자를 강조했다. 슬로건은 '사교육비 확 줄이겠습니다'로 했다.

여섯 번째인 정만진 후보는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지원하는 '범시민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대신 부패는 일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다 '교육이 살아야 대구가 산다'는 구호까지 작은 글씨로 표기했다.

일곱 번째로 정통 교육관료 출신인 유영웅 후보는 후보의 얼굴을 한가운데 배치했다. 왼편에 유·초·중등 교육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양한 분야에 정통한 교육감 후보라는 것이다. 오른편에는 '희망교육감'이라는 구호와 유영웅이라는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그림을 넣었다.

여덟 번째인 신평 후보는 왼쪽 얼굴 오른쪽 이름이라는 전통적 배치 방식을 썼다. '학력신장', '부패척결', '최고의 인물'이라는 구호를 삼각 구도로 배치했다. '신'나게 일하고 '평'가받겠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교육감 신평'을 부각시키는 문자 배치가 돋보였다.

마지막인 아홉 번째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 경선 교육 정책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윤종건 후보는 한국교총회장과 40년 교육계 경력을 강조했다. 맨 끝번 후보로 대구교육을 '끝내주겠다'는 윤 후보는 '교육감 윤종건'여섯 글자의 중간에 투표용지 순번 끝번이라는 표시를 넣었다. 끝번에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정치부·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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