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나라 때 화신이라는 탐관이 있었다. 그는 사돈이자 황제인 건륭제의 비호 아래 20년 간 조정을 쥐락펴락했다. 관직을 팔고 황제께 바치는 공품(貢品)까지 가로챘다. 얼마나 긁어모았길래 화신의 재산이 당시 청 왕조의 15년간 재정 수입과 맞먹었다고 한다. 화신의 '권불이십년'은 건륭제가 죽고 가경제가 황제에 오르면서 가산 몰수와 자살로 귀결됐다. 당시 중국에선 '화신이 넘어지자, 가경이 배부르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한 고조 유방의 중국 통일은 항우의 '제갈량' 범증도 인정한 책사 장량, 명신(名臣) 소하, 장군 한신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다. 유방에게 이들이 없었다면 천하는 초패왕 항우의 것이었다. 유방이 대권을 잡은 얼마 뒤 장량은 유방에게 하직을 고했다. 유방은 말리면서도 장량의 낙향거사를 허락했다. 장량은 진나라 멸망이라는 목표를 이뤄 더 이상 할일이 없다는 게 하직의 이유였지만 실은 유방의 칼바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유방의 마음 한 구석엔 장량과 소하, 한신 모두 '새끼 호랑이'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소하는 재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유방의 의심에 평생 피를 말려야 했고, 성질히 급한 한신은 한나라의 수도 관중(關中)에서 모반을 꾀하다 유방의 황후 여후에게 죽임을 당했다. 결국 유방의 한나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미 포드자동차의 오너 헨리 포드 2세는 이사회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시 포드자동차의 사장인 아이아코카를 해고했다. 아이아코카가 워낙 잘나가는데다 평소의 경영 마찰에 대한 사적인 악감정까지 치밀어 올라서다. 아이아코카는 포드를 떠난 뒤 포드 2세라는 족쇄에서 풀려나기라도 하듯 '더 잘나가 버렸다'. 크라이슬러자동차 사장에 발탁돼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회생시켜 포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로 키워냈다. 포드 2세의 아이아코카에 대한 악감정은 포드에 막대한 손해로 돌아온 것이다. 포드 2세는 아이아코카의 성공에 울화통이 치밀어 매일밤 인사불성으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포드, 유방, 화신 모두 '지나침(過)'이 '화(禍)'를 부른 경우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의 범인으로 북한에 화살을 겨눴다. 한 재야 사학자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썼다. "고려 무신정권 100년 중 최씨 세습정권이 60년을 누렸는데, 최충헌은 김일성, 그의 아들 최우는 김정일, 최우의 아들 최항과 최항의 아들 최의는 김정은을 보는 것 같다. 최항과 최의는 겨우 9년간 권세를 누리다 권력을 잡을 때 휘두른 그 칼에 최후를 맞이했다."
이처럼 역사에서 과욕은 종종 화를 불러오곤 했다.
지나침이 비단 이들 뿐이랴. 작금의 대한민국 역시 '나'만 있고, '너'와 '우리'는 절대적인 존재임에도 그 존재를 잃어가고 있다. '나'에는 '지나침'이 켜켜이 쌓일 뿐이다.
노자는 '치허극(致虛極) 수정독(守靜篤)·완전히 비우고 고요함을 돈독히 하라' ,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가르쳤다. 지나치지 않고 '비우고 고요함'을 즐기면 너와 나, 우리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말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실체적 목표는 뭔가? 바로 '행복'이다. 석가모니도 "타인의 행복을 통해 나의 행복을 찾아라"고 했다.
결코 지나치지 말고 비움과 고요함을 즐기자. 또한 지나침은 모두에게 불행만 가져다주는 '종양'과 같은 존재라는 역사의 가르침도 가슴에 새기자.
이종규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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