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교실] 고래화석, 왜 포항지역서 많이 발견될까?

요즘은 국립중앙과학관으로부터 동해안 화석지 조사 연구용역을 맡아 울산-포항 일대의 신생대 화석산지를 주로 조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동해안 일대에서 유독 고래화석이 많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폐호흡을 하는 동물은 육지에서 사는 것이 유리한데, 고래는 신생대에 육지에 살던 동물이 포유류 중에는 드물게 바다로 되돌아 간 경우이다. 우리나라는 신생대 당시 바다가 지금의 동해안 근처에 위치하고 해안선의 모습이 현재와 비슷하게 갖춰가고 있었기에 신생대 퇴적층이 동해안 해안선 따라 울산, 감포, 포항, 영덕, 동해(북평) 등지에 협소하게 분포하고 있다. 그중 신생대 해성퇴적층이 넓게 분포하는 포항 일대에서 고래화석이 자주 발견되게 된다.

작년 2월 포항시 북구 장량지구의 택지조성지에서 발견된 고래화석을 대한주택공사에서 의뢰받아 발굴 작업에 참여하였다. 현장에서 고래화석을 분리하여 대전의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센터로 이동시킨 후 그곳에서 완전한 분리작업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화석을 발굴하기 전에 먼저 주변 조사를 실시하여 어떤 화석이 함께 산출되는지 어떤 퇴적 환경에서 퇴적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부터가 시급하였기에, 발굴에 앞서 약 2달간 주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누군가에 의해 노출된 고래화석의 갈비뼈 일부를 도난당했다.

화석은 지층 속에서 발견되면 발견 즉시 지방자치단체에 신고가 되어야 한다. 전문가에 의해 발굴되지 않고 일반인에 의해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화석은 전시물로서의 가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구의 생명의 역사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고생물학자들은 화석이 발견되면 화석이 지층의 모암에서 분리되는 순간 화석이 우리한테 주는 정보의 50%는 소멸되기에, 화석이 지층 속에 놓여있는 자세, 위치 및 함께 발견되는 화석 등 발굴하기 전에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얻은 후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연체동물인 조개는 살아있을 때는 양쪽의 껍질이 연체부에 의해 붙어있지만 죽은 후 껍질이 떨어져 분리된다. 그래서 화석으로 발견될 경우 껍질이 두개로 붙어 있으면, 살아있던 상태로, 떨어져 나오면 죽은 후 화석으로 매몰되었음을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한쪽 껍질만 발견될 경우 "凹"의 경우가 "凸"의 경우보다 안정된 자세이기에 "凸"의 자세로 많이 발견될 경우 고에너지 환경(물결이나 파도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얕은 물가 지역)이고, "凹"의 자세로 많이 발견될 경우 저에너지 환경(물결이나 파도에 의해 영향을 박지 않는 수심이 깊은 지역)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화석이 발견될 당시의 자세나 형태에 의해서 퇴적 당시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0여 년 전 포항의 장성동에서 어떤 사람이 고래 화석을 발견하여 몇 차례에 걸쳐 개인이 발굴하여 자신의 집에 고래화석을 운반한 후 몇 차례 매각을 시도하다가 무산된 후 후 소재가 불분명했다. 그 후 한국화석도감이란 책자를 발행하기 위해 표본들의 사진촬영을 위해 광주의 某씨에게 갔더니 그곳에 소장되어 있던 것이 아닌가? 그 후 2004년 개장된 강원도 동해시의 고래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2005년 6월 포항의 월포해수욕장 인근 횟집 공사장에서 신생대 4기 고래화석이 발견되었다. 문화재전문위원들의 감정으로 서둘러 수습이 이루어졌는데, 영덕의 7번 국도변에 위치한 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1층 로비에 당시의 고래화석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도 포항의 경북과학교육원 2층 로비에는 발견된 지 20년이 다되어 가도록 단괴 속에 방치되어 있는 고래뼈화석을 볼 때마다 우리 지역에서 발견된 고래화석의 이런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태완(청구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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