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성장하는 TV토론

더워진 날씨와 더불어 선거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TV토론회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중심의 심층적이고 참여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선거 TV토론회는 공정성을 위해 후보자의 발언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다 보니 다소 경직된 분위기라 후보자를 충분히 검증하기 힘들었다. 올 TV토론회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후보자의 심층 토론을 유도하고 시청자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방과 수도권의 TV토론회는 물리적인 형식 즉, 후보자 자세나 자리 배치에 따른 카메라의 방향이 다소 다르다.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에서는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후보자들이 서서 토론에 참여했다. 선 자세는 앉은 자세보다 신체의 움직임에 대한 제약이 적기 때문에 보다 역동적으로 보인다. 후보자 수에 따른 자리 배치, 카메라의 위치와 후보자를 잡는 크기에 따라 후보자의 이미지가 달라지므로 제작진의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TV토론회는 내용적으로도 풍성해져서 후보자들의 자질과 가치관을 비교 검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회는 공약검증 토론, 주제 토론, 후보자 간 상호 토론, 방청객 질문, 찬스 발언 등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특히 '주제 토론'은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사용되는 직접토론 방식으로 진행자의 개입 없이 후보자들이 한 주제에 대하여 15분 동안 자유롭게 토론하였다. 후보자의 주장과 상대 후보자의 반박, 답변, 재반박, 다시 재반박하는 과정을 통해 심도 있는 정책 토론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방식은 후보자의 지역 현안에 대한 파악 정도나 인간성을 검증하는 데 유익했다.

이번 TV토론회의 직접토론 방식은 후보자가 상대 후보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인신 공격으로 나아가지 않고 정책 토론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후보자들의 성숙한 모습은 앞으로 TV토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바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유권자 입장에서 어떤 현안에 대해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사실이 상반될 경우, 진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미국은 TV토론이 전파를 타는 동안 언론사 웹사이트에 개설한 특별 코너를 통해 후보자들의 거짓말 여부를 알려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식이 도입된다면 후보자들이 자신의 치적을 과대포장하거나 상대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TV토론의 역동성은 후보자 간의 치열한 공격과 반론뿐만 아니라 출마한 후보자의 수에도 영향을 받는다. 대구시교육감 후보 토론회의 경우, 출마한 후보자가 다소 많아서 후보자 간의 상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책을 비교하기 힘들었다. 더욱이 방송사마다 의제의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아 유권자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 TV토론회에 참여하는 후보자가 많은 경우, 질의응답 형식 외에 후보자 간의 상호 토론을 유도하는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선거 TV토론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후보자에게 직접 질문하는 '시민포럼형 토론'의 확대도 필요하다. '시민포럼형 토론'은 시민 선정이나 의제 선정 등 절차가 복잡하지만 유권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선거 TV토론회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스튜디오에 시민들의 방청을 배제하고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시민포럼형 토론'을 도입한 일부 TV토론회마저 시민들의 질의 내용이 후보자의 신변과 관련한 내용으로 제한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시민들과의 소통이 정책과 무관한 가벼운 내용에 국한된다면 진정한 유권자의 참여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

올 TV토론회의 형식적인 변화는 우리의 토론 문화가 도입기를 지나 정착기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형식적인 제약을 통해 토론에 익숙한 소수의 전문가 중심의 TV토론이 후보자와 유권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의 토론에 대한 의식이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토론에 참여할 만한 능력의 성장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같이 토론 문화가 일찍 정착된 서양의 TV토론을 롤모델로 삼아 토론 문화의 정착에 박차를 가해왔다. 토론은 민주주의의 현주소이며 시민 의식의 척도다. TV토론을 통해 후보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유권자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선거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송석화 대구가톨릭대 취업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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