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이제는 가족입니다

"몸 아플 때가 많습니까? 속상할 때가 많습니까?" 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상할 때가 많다고 대답한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심인성(신경성) 질환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급증하는 이혼율 상승과 가족의 해체를 경험하고 있다. 갈수록 핵가족화되고 있는 요즘 취업여성의 증가, 이혼의 증가, 주말부부의 증가 등으로 가정내 아이들의 고립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정환경은 결국 결손아동을 비롯해 가출 및 비행청소년 등 '문제 청소년'을 확대시킬 우려가 높다.

특히 청소년들의 일탈 행동은 가정의 붕괴나 가족 간 대화 부족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 정서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시기에 놓인 청소년들이 욕구 충족을 위해 가출 등 탈출구를 찾아 방황하는 것은 '안정된 가정'을 갈구하는 무언의 항의일지도 모른다.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치유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절실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30~40여년 전에'가정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것을 체험했다. 그 후 미국에서는 '미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혼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종합적이며 체계적인 가족 치유 시스템을 만들어 노력한 결과 상당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서구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혼 등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인 지원 장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문제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안정된 가정생활 지원을 위한 복지정책이 더 확대돼야 한다. 누구나 쉽게 자기의 속상하고 억울한 심정을 속시원히 털어놓고 상담할 수 있는 상담센터나 정신 치료기관 등이 더 많이 들어서야 한다.

과거처럼 가족 내에서만 해결 방법을 찾거나 한 개인의 희생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다. 가정 상담 전문가를 통해 가정생활에서 예기치 않게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조언과 심리적 지지, 조정과 타협 등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도적 지원책뿐만 아니라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지역 대학에 가족상담 관련 학과를 개설해 가족 상담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와 학습의 기회가 제공된다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가족이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 가족을 일보다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사회, 우리가 하루빨리 만들어야 할 세상이다.

김주하 (사)한국가족상담협회 대구중앙가족상담센타 원장 (영남외국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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